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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됐습니다

by 좋으니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요즘 피드에 올라오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변함없이 글을 써 내려가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동시에 마음 어딘가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며 밤을 새워가며 글을 쓰던 시간이 어느덧 반년이나 흘렀습니다. 그때의 나도, 그렇게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가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과연 그때처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이 없습니다. '글쓰기도 근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어요. 서유미 작가님이 "불이 꺼지지 않게 미약한 불씨라도 계속 지펴가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도 진심으로 와닿습니다.


요즘 저는, 과제 제출을 위한 글쓰기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어요.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쓰기 이전의 삶과 마음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목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요즘 저는 유튜버가 됐습니다.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한 달 전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합니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그 자체로 미션이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영상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 할지, 고민도 많았죠. 예전엔 프리미어를 독학으로 배워 조금 다룰 수 있었지만, 꾸준히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라, 쓸 때마다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초기 비용 없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프리미어로는 작업 속도가 너무 느렸어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AI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인터페이스가 가장 익숙하게 느껴졌던 필모라(Filmora)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호기심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1년 구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이왕 이렇게 된 거, 해보자. 그렇게 ‘유튜버 되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익화를 목표로 ‘시니어 대상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시니어 대상 채널이 인기라는 말에 혹해서 시작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시니어 분들은 숏폼보다는 롱폼 콘텐츠를 선호하고, 영상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구독자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만한 시간적 여유도, 지속적인 제작 능력도 없었습니다.


AI 편집 툴을 쓴다 해도, 자막 글자수 제한이나 시간제한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재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방향을 바꿔 온 국민 대상 ‘정책 정보 전달 채널’로 전환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어요. 정보성 콘텐츠는 시의성이 강하고, 시청 후 바로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영상 30개를 모두 삭제하고, 그 채널을 접었습니다.


한 유튜버가 그러더라고요. 본인이 만들고 싶은 영상 만들면 안 된다고요. 수익이 되는 영상을 만들라고요. 열심히, 꾸준히에 속지 말라고요. 이렇듯 제가 본 영상들은 거의 수익화를 위한 콘텐츠 생산이 목적이었고 사실 저도 노후 준비를 더 탄탄하게 하고 싶었기에 설득당하고 말았죠.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돈만 보고 시작한 일은, 아무리 잘 준비해도 동기와 흥미가 없으면 오래갈 수 없다는 걸요. 그리고 제 성향과도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세 번째로 생각한 건, 교양 채널이었습니다. 이건 만들면서도 스스로 재밌었고, 아이디어도 끊임없이 나왔어요. 물론 아직 편집 퀄리티는 아쉽습니다. 원하는 서체나 이미지, 자막 세련도를 설정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걸 배웠습니다. 전업 유튜버가 아닌 부업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려면 절대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건 <독서 브이로그>였어요. 책을 읽고, 리뷰하고,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찍고, 자막을 넣고, 편집까지 하려면 하루가 통째로 필요했어요. 직장 일도 바쁜데, 이걸 꾸준히 유지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책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고요. 제가 투자한 시간만큼 호응이 없으니 허탈했습니다. 결국 이 채널도 영상 3개까지 만들고 접었습니다. 겨우 3개지만 영상 하나에 한 주간 통으로 필요했습니다. 애써 촬영하고 편집하고 공들였던 시간이 생각나서 삭제하긴 아쉬웠지만 오히려 일찍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히 생각했습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 세 번의 실패 끝에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내가 대본만 제공하고, 영상은 AI가 만드는 걸로 콘텐츠를 생산해야겠다. 그러면 꾸준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니어 채널은 정책 채널을 거쳐 교양 채널이 되었고 독서 브이로그 채널은 기독교 채널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채널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영상 퀄리티는 여전히 제 기준에 못 미치긴 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자부심이 있어요.

제가 직접 편집한 책들, 원고들을 이용했어요. 저희 회사 필자 분들의 원고를 정리해서 만들고 있고, 모두 정식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용은 진심으로 믿을 수 있고 자신도 있습니다. 만들면서 제가 은혜받고 있어요.


제가 유튜브를 공부하면서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웠는데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면 지인에게 많이 알리는데, 오히려 추천하지 않더라고요. 구독자마다 관심사가 다르면, 유튜브가 ‘이 채널을 대체 누구에게 보여줘야 하지?’ 하고 혼란스러워한다고요. 그리고 유튜브에는 1~3개월 정도 ‘샌드박스 기간’이 있어서, 그 기간 동안 채널의 방향성과 콘텐츠의 일관성을 살펴본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검증이 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고리즘의 축복’을 내려주는 거고요.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바빠요. 본업에 부업에 눈이 너무 피로하네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재밌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신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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