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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Feb 27. 2022

부디, 모든 질문에 답하시오

책 <만나지 못한 말들> 이림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훅 하고 온몸으로 눈물이 차올랐다. 멈출 수 없이 책을 읽어가다 갑자기 책을 덮었다. 그리고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작가를 안아주고 싶었고, 이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작가가 고마웠다. 자신의 뒤늦은 후회를 누군가 절대 하지 않길 바라며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이야기는, 만나지 못한 말들이었으나 결국 만나게 하는 말들로 이어졌다.


읽는 내내 순간순간 작가가 미웠다. 작가의 깊은 상처를 나는 짐작만 할 뿐이니까. 그때, 그 순간,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않은 작가가 야속했다. 좀 더 따뜻하게 이야기하지, 다정하지... 후회할 거면서... 하지만 뒤늦은 후회로 엉엉 울어버린 작가 앞에서 더는 작가를 미워할 수 없었다. 우리 중 누구도 이 후회를 비켜낼 사람은 없을 테니까.


후회를, 상처를 문신처럼 아프게 새기고 살아간다는 작가는 얼마나 아팠을까. 어느 글에서처럼 작가는 죽음으로 아버지와 화해한 거구나. 끝내 사랑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남길 수 있었을까. 작가에게 남은 게 분노와 용서하지 못할 마음이 아닌 후회여서 다행이었다. 후회는 사랑이여야 가능할테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작가가 미웠던 게 아니라, 내가 미웠던 것 같다. 후회만 저지르고 사는 나라는 작자를.

     

5부에서부터 작가는 작정하고 가슴을 쿡쿡 찔러댄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 무척 아팠다. 질문에 머무르지 않으려 서둘러 다음 장으로 눈을 돌려버렸다.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던 그때의 자신을 혼내기라도 하듯, 나아가 제발 당신만은 답을 하라 호소라도 하듯.

      

부모님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알고 있나요?

부모님과 함께 찍은 최근 사진은 무엇인가요?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모님의 옷 사이즈를 아시나요? 신발 사이즈는요?

부모님의 최근 건강검진은 언제였나요?

부모님의 청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부디,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기를.     


후회를 저지를 것 같은 순간에

후회를 저지르고 난 순간에

타이레놀처럼 이 책을 집어 들 것 같다.


좋아서, 아파서, 기억하고 싶어서 고이 접어둔 문장들
언제가 내가 했던 메모와 결이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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