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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줍은아이 Jul 29. 2015


-달을 잡을 수 있어?


너는 맥주캔을 흔들며 말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강 위에 떠 있는 달을 두 손가락 사이에 담았다. 너는 고개를 저으며 달을 가질 수 있어? 라고 물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지. 이렇게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맥주캔을 내려놓으며 너는 오른손을 뻗었다. 너의 손끝에 달이 닿았다. 너는 빙그레 웃으며 잡히지 않아, 하고 중얼거렸다. 너에게서 알코올 향과 함께 알싸한 담배냄새도 바람과 함께 날아왔다. 네가 담배를 피웠던가. 너는 잡히지 않는 달에 손을 몇 번 더 뻗어대다가 한숨을 한번 내뱉고는 다시 캔맥주를 손에 쥐었다. 



퇴근 시간이 꽤 지났지만, 성산대교에 서 있는 차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수많은 불빛이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져 있다. 저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늘공원에서 맥주나 홀짝이는 우리도 멈춰진 지 오래다. 움직일 생각조차 못 하고, 그렇게 멈춰서 맥주 정도나 홀짝일 수밖에 없는. 



어색하다. 이 거리 때문일까.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앉아있는 벤치와 너를 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일행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의 거리. 벤치의 양 끝에 앉아있는 너와 나. 그 사이를 메꾸는 빈 맥주캔들. 

우리 사이에 있던 사람의 부재 때문에 이렇게나 어색한 걸까.  



-누나는 별이 되어서라도 달의 곁으로 가고 싶다고 했어. 


 너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봤다. 끝끝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너의 모습이 그러니까 너는 안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너는 내 옆에 올 수 없어, 하고.  



-하늘에서 보이는 혜성이 빛나는 이유를 알아? 


너는 아쉬운 듯 빈 맥주캔을 흔들며 다 마셨네, 하고 중얼거렸다. 더 사올까? 하고 묻자 너는 고개를 내저었다.  

-태양 빛에 혜성의 얼음이나 우주의 먼지들이 반사되어서 빛이 나는 거래. 태양의 중력 때문에 태양에게 끌려가면서 점점 가까워질 때 나타나는 현상. 



너는 고개를 돌려 어둑해진 강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꽤 지났는지 성산대교에서 멈춰있던 차들도 이제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공원에도 인기척이라고는 앉아서 한강을 바라보는 너와 비어있는 맥주캔만 만지작대는 나밖에 없었다. 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억새밭을 지나쳐 온 바람이 우리 사이의 빈 캔들을 흔들고 가는 소리만 이따금 이어졌다.  



-누나는 별이 되어서야 빛나는 삶을 살게 되었네. 


하하, 하고 너는 작위적인 웃음소리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 삶도 끝이 보이는 삶이잖아. 달에 크레이터를 남기고 부서지거나, 태양에게 끌려가 타서 사라지거나. 말을 이어가는 동안 너는 점점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울음과 함께 삼켜버렸다.  



-언니는, 


나는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숨을 토해내듯 내쉬었다. 

언니는 내내 행복해했어. 동생인 내가 장담할 수 있어. 네가 있어서 언니는 행복하다고 말했어.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언니를 잊지 않아 줘서, 언니의 동생으로서 정말 고마워. 
 


내 말이 끝나고 한동안 너는 울음을 숨기지도 못한 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공원을 폐장한다는 관리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도 한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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