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고집돌 우럭 함덕점>
집 앞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마당이 있는 카페였다. 문 앞에는 노키즈존이라는 표시도 없었기에 아이를 데리고 차를 마시러 갔다. 주문을 하려는데 노키즈존이라서 아이는 입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해했다. 영업방침이었고 각자의 선택이었다. 그러면 테이크 아웃해서 가겠다고 했더니 아이는 밖으로 나가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012년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육아, 직장, 집안일.. 아이를 키우며 나는 엄마라는 이름에 책임을 느끼며 편안했던 과거의 나를 버리기 위해 정신없이 살았다. 그리고 2014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육아라는 상황 속에서 NO! KIDS ZONE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사회도 아이들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나의 안 밖의 상황은 어렵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제주도 여행 중 고집돌 우럭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아이가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었고 전화예약을 할 때 아이 밥이 준비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해서 아이 밥과 함께 편지를 받았다.
;아이들과 함께 집 밖에서 식사하기가 엄마들에게는 얼마나 고민스러운 일인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저희 집에 오는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정말 집밥 같은 영양가 있는 한 끼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부터 씩씩했던 나는 사라지고 사소한 것들에 자꾸 눈물이 난다. 이 글이 아이와 함께 여행하며 조심스럽고 예민해져야만 했던 나를 위로해주었다.
음식은 항상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담긴다. 아이와 함께여도 괜찮다고 맘 편히 맛있게 먹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한 딸에게 선물하는 친정엄마의 정성이 담긴 맛이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아이뿐 아니라 엄마인 나도 함께 자란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며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상황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물을 마시다가 쏟기도 하고 숟가락을 자꾸 떨어뜨린다. 그리고 크게 먹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집게와 가위를 요청해야 한다. 분명 아이와 함께 온 테이블이 어른들끼리만 온 테이블보다 손이 많이 가고 아이와 함께라 식사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맛집을 방문했다면 테이블 회전도 중요한데 그런 상황에 아이 밥을 먹이려고 계속 앉아있는다면 주인 입장에서도 속상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할 때 식사시간을 조정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을 시간에 식당에 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두유 한잔 정도 간단히 마시고 11시쯤 이른 점심을 먹고 5시쯤 이른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먹어봐야 할 간식들이 많다. 관광지로 가는 길에 초코와 생크림을 듬뿍 찍어 먹을 수 있는 추로스를 사서 아이와 함께 먹기도 하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시장 치킨을 포장해서 숙소에 와 편안하게 먹고 떠들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이런 날들도 지나가고 추억이 될 것이란 걸 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다 키우고 더 이상 식당에서 맘 조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을 때 나와 같은 날을 맞이한 이들을 위해 괜찮다 말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본다.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듯 그 때의 나도 이해심 많은 어른으로 잘 자랐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