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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어버드 Nov 05. 2020

시골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게스트하우스, 카페 수익의 현실적 고찰

서울을 떠나는 삶을 한 번쯤 생각해 보더라도 막상 실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먹고사는 문제 때문일 거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도 하고, 직장생활만 해오던 사람이 덜컥 창업을 하기엔 아무래도 겁도 나고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창업의 성패에는 무수히 많은 요소가 얽혀있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2년 간의 평균적인 수익 자료를 공개할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득은 대기업 맞벌이 당시와(대리, 사원) 비슷했다. 근무시간 같은 경우는 자영업과 직장인의 차이가 있어 정확한 비교분석은 어렵겠지만, 1년 중 총 근무시간으로 비교해보면 이 역시 비슷한 편이었던 것 같다. 다만,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관계로(왕복 2시간 30분 -> 10분) 체감상 느꼈던 근무시간은 많이 감소한 편이었다. 결국, 가장 큰 차이점은 권리금이었는데 직장인에게 퇴직금이 있다면 자영업자에겐 권리금이 있었고, 위험을 감수하고 열심히 가게를 운영한 대가로 당시 퇴직금의 약 10배에 가까운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매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얻은 수익으로 무리하게 주식투자를 하던 중 코로나 19 직격타를 맞았고 지금은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내고 있다. 인생 참 알 수 없다. 


잘만 된다면 경제적으로 직장인보다 훨씬 나은 게 사업이고 스트레스 또한 직장 스트레스에 비하면 덜한 편이었다. (스트레스 같은 경우는 사람 성향마다 다를 것 같다) 단, 외부 위험에 취약하고 늘 심리적으로 불안하며 큰 자본금까지 투자해야 하는 건 사업의 분명한 단점이다. 또한, 우리야 경쟁이 덜한 지방이라 워라밸의 균형이 가능했던 거지 서울에서라면 아마 직장생활 대비 훨씬 더 많은 근로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으니 단순히 아래에 나오는 숫자만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1. 게스트하우스 (118m²)
- 영업일: 매일(성수기), 주 5일(비수기)

- 객실: 총 3개 (도미토리 6인실 x 2개 + 2인실 x 1개)

- 수용인원: 14명

도미토리 캡슐 침대

- 가격표


- 매출 그래프


- 월평균 매출: 550만 원 (휴무일 8~10일)


- 성수기: 7, 8, 12월

- 보통: 1, 2, 5, 6, 9, 10월

- 비수기: 3, 4, 11월


숙박업은 아무래도 입지가 가장 중요하며 이밖에도 객실 구성을 어떻게 할지, 어떤 콘셉트로 인테리어를 할지 등에 따라 가동률이 달라지니 위의 자료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사용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다시 숙박업을 하라면 꼭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산이나 푸르른 풍경이 보이는 곳이라면 외곽지역의 저렴한 땅을 사서 2인실로 운영하는 방향을 택할 것 같다. 입지 경쟁력이 다소 아쉽겠지만 저렴한 땅 값으로 절약한 금액은 건축에 투자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2인실로만 구성된 숙소를 택한 건 사실 조금이나마 편안한 게 운영하고 싶은 나의 욕심이다. 주변에 펜션을 운영하던 분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경험을 돌이켜보면 보통 2인 손님이 사용하고 간 룸 컨디션이 가장 좋았고, 한적한 숙소를 찾는 연인이나 부부는 보통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가 한 방에서 생활하는 게스트하우스 대비 손님 간의 갈등이나 골치 아픈 사건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낮은 장점이 있다. 요새는 워낙 SNS로 홍보하기 좋은 환경이라 꼭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잘 지어진 건축물은 분명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특별히 광고와 마케팅에 큰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홍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손님이 남긴 SNS 사진과 블로그 후기는 다른 손님을 계속해서 불러오는 선순환을 구축한다. 


장점이 있는 대신 단점도 있는데 주거지가 조금 더 시골로 들어가니 각종 편의시설 이용이 불편해지고 아무래도 뱀, 지네, 모기, 벌 등 각종 벌레와 잡초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한 바닷가 앞보다는 땅값 상승률이 낮은 편이고, 매일 시골 펜션에 갇혀 있다 보면 아무리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무료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2. 카페 (55m² + 테라스)
- 영업일: 금토일, 공휴일

- 영업시간 12:00~18:00

- 가격: 아메리카노 3,500원 / 케이크 5,500원 


- 매출 그래프


- 월평균 매출: 250만 원 (금토일 3일만 영업)

- 연평균 매출 (합계): 약 1억 원

- 연평균 순이익 (합계): 7,000만~8,000만 원


자가 건물이라 순이익률이 제법 높았고 카페보다는 숙박이 확실히 수익이 좋았다. 아마 카페를 메인으로 디저트 제품을 개발하며 온라인, B2B 영업으로 확장했으면 사업이 커졌을 것 같은데 주변에 마땅한 부지와 공간이 없고 자동차 진입로도 없는 곳이라 카페를 확장하기엔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카페 같은 경우 처음에는 전혀 운영할 생각이 없었는데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곳이 나름 관광지이기도 하고 워낙 커피를 좋아해서 낮 시간에 잠시 이 좋은 공간을 내어드리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성수기와 주말엔 부부가 함께 운영했고 비수기 평일은 4시간 정도면 일하면 됐던 터라 혼자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했다. 카페 매출이 1년 후부터 없는 이유는 당시 직원을 한 명 쓰고 사업을 확장할지, 아니면 카페를 휴업하고 남는 시간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지 고민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전자의 선택을 하고 싶었지만 워낙 시골 동네라 시급을 더 주더라도 젊은 직원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이대로 사업 확장을 하게 되면 동해시에 오랜 기간 머물러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카페를 휴업하고 게스트하우스만 운영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강원도 바닷가 앞은 땅값도 비싸고 좋은 입지는 이미 자본가들에 의해 선점된 경우가 많다. 개인이 운영하는 펜션과 카페도 점점 고급화, 규모화 돼가는 추세라 영세 개인사업자가 그 치열한 틈에서 살아남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양양엔 규모화 된 서핑 샵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인기 있는 곳들은 매출이 상상 이상이다.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 바다가 무대인 관계로 수익률도 높고 저녁엔 바비큐 파티 등의 행사를 개최하여 추가적인 수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핑 강습 비용도 높은 편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지속 유입되고 마니아들의 지속적인 방문으로 꾸준한 매출이 보장되는 편이다. 일부 큰 서핑 샵은 서핑 커뮤니티 카페 같은 곳을 통해 관광버스를 대절해 서울-양양을 왕복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해주기도 한다.


단점이라면 비수기가 존재해 계절별 격차가 조금 있다는 점인데 비수기엔 샵을 닫고 발리로 넘어가 서핑 샵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발리와 양양을 오가는 참 낭만적인 삶으로 보이는데 그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애환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사람마다 원하는 삶의 방식이 다르니 집만 보고 덜컥 계약하기보다는 수익성 분석과 함께 본인이 원하는 운영 스타일을 충분히 고민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매출은 가게의 규모와 입지, 개인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일 테니 우리 같은 초보자를 위해 하나의 기준치를 제공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되겠다.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늘리고 메뉴 다양화 등 조금 더 일의 비중을 높였으면 매출은 비례하여 증가했을 것 같은데 그럴 거면 서울에서 하지 굳이 강원도까지 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비교적 많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기로 선택했었다. 매출만 놓고 보면 큰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순이익률이 좋았고 직장 생활과 비슷한 수입에 스트레스는 훨씬 적고 여유 있던 삶이라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강원도에서의 선물 같은 시간도 좋았고 몇 년 뒤 초기 투자금액에 몇 억의 권리금까지 얻어 집을 매각하게 되었으니 첫 자영업 치고 나름의 작은 성공을 거두기도 한 셈인데 서울에서 이렇게 운영했다면 아마 틈만 나면 문 닫고 장사 마인드 부족한 사장님으로 소문나 금방 망했을 것 같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사업에는 운이라는 중요한 요소도 있기에 위의 사례가 절대적인 지표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막연히 너무 두려워하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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