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본주의적 인간이 아니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한다. 물질적인 여유보다 정신적인 여유를 중시하고, 일로 얻는 돈보다는 일하는 시간 동안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보다는 마음이 행복한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본주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걸 꼽으라면 경제적인 부분을 꼽을 테니까. 정확히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모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지만, 어쨌든 자본주의적인 측면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는 건 맞으니까 뭐라고 변명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주의적 인간이 아닌 척하며 살아가지만 실은 자본주의적 이유 때문에 사랑에 선을 긋는 자본주의적 사랑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