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기록
헤어지고 나서 제일 하면 안 되는 짓이 그 사람 sns 들어가 보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다들 하는 바보짓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오늘 그걸 하고 말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 정말 놀랍게도 여자와 둘이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사람의 인스타는 일반 인스타가 아니라 본인의 직업을 홍보하기 위한 인스타에 가까워서 보통은 본인 PR영상만 올리는데, 자기를 홍보하는 공적인 계정에 그런 사진을 올리다니. 얼굴과 온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당장 연락해서 설마 벌써 여자 친구 생긴 거냐고, 대체 이 사람 누구냐고 물어볼 생각까지 들었다.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하루 종일 거의 아무것도 못했다. 그래, 이래서 인스타 같은 건 들어가 보는 게 아니었는데. 늘 연애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니 금방 다른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겨우 멘붕을 가라앉히고 사진을 올린 날짜를 확인해보니 나와 헤어진 지 3일 후였다. 너무 이상했다. 3일 만에 여자 친구가 생긴다는 것도 이상했고, 나랑 만나기 전에 여자 친구가 있을 때나 나를 만날 때나 그런 사진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었는데 올렸다는 것도 이상했다. 대체 왜 그런 사진을 올린 걸까 고민하다가 친구들에게 물었다. 백이면 백, 나 보라고 올린 거란다. 헤어진 지 3일 만에 올렸다는 것도 이상하고, 댓글을 보면 그 여자분과의 관계도 사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미묘하게 헷갈리게 올려놓았다는걸 보면 결국 자기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주위에 만날 사람도 많다고 나 보라고 올린 거라는 거다.
실망스럽고, 미웠다.
왜 굳이 그렇게 사람을 흔들어놔야 했을까. 다시 만나고 싶으면 자기가 먼저 연락을 하면 될 거고, 이대로 헤어지는 거라면 조용히 잘 살면 되지, 굳이 그런 사진을 왜 보라고 올리는 걸까. 나에게 상처를 주고 흔들어놓고 연락을 해주길 기다렸던 걸까.
하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그 사람도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거 아닐까. 본인이 잘 사는데 굳이 저런 걸 올릴 필요가 없지. (그것도 본인 직업 홍보용 sns 계정에) 잘 못살고 있고, 나 때문에 힘들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못 사는 것처럼 보이기는 싫고. 그러니까 잘 사는 척, 나 보라고 저런 걸 올린 거다. 이거 봐, 나 너 없이도 잘 산다.
그래, 당신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다시 나를 잡고 휘두르고 싶다는 뜻으로 알겠다. 하지만 나, 이번에는 당신 마음대로 해주지 않을 거다. 연락하거나 찾아가는 바보 같은 짓 절대 안 할 거다. 내 생활을 잘 꾸려가는 거, 그게 결국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이겠지.
그 여자분은 마음 있는 것 같던데, 사람 마음 가지고 놀지 말고 잘 해보시든지. 나는 이제 신경 끄련다. 내 안에 끈덕지게 남아 있던 미련을 없애 줘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겠다.
역시 당신과 헤어지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