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기록
딱 한 달이 되는 오늘.
어쩜 이렇게도 당신이 없는 삶에 익숙해진 건지, 나 자신이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두렵다.
SNS 사진을 본 이후 싸늘하게 식었던 마음은 그대로 차갑게 굳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로 이별 후 한 달 동안 당신을 생각하며 운 적이 없다. 멋진 공연을 보고 울었고 아름다운 선물을 받아서 울었지만 당신이 그리워서 운 적은 없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나 정말 힘들었구나.
놓지 못하고 있었을 뿐, 너무도 놓고 싶었구나.
나도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도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우리가 한 건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놀이였던 거 아닐까?
이별한 지 반년쯤 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전화번호는 지우지 않았다고 하면서,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 때 연락할 곳은 나일 거고
자기가 힘이 되어 주고 싶다고. 그래서 지우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그 친구는 옛 연인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
(솔직히 말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마음과 관계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상대에게 좋은 추억이자 기억뿐 아니라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떠올리고 연락하고 도와줄 수 있는 존재로 남아 있는 것.
실제로 그렇게 연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크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별 후 한 달,
이제야 어느 정도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가 한 건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만나며 문득문득 찾아왔던 불안감은 결국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걸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우리가 한 건 그냥 연애놀이였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은 지금도 누군가와 그 연애놀이를 하고 있겠지.
언젠가는 당신도, 사랑을 할 수 있게 될까?
어차피 이제는 아무 상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