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3개월 차

이별의 기록

by 고양이과인간

헤어지고 2개월 쯤 됐을 때였나, 그의 아버지께서 예전에 우리 집에 보내주셨던 무화과가 실수로 우리 집으로 오배송된 적이 있었다. 연락하기에 참 좋은 핑계였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잘못 배송된 걸 알았을 텐데도 그도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연락이 온다면 전달해주려고 며칠 보관해 두었지만 그러지 않기에 그냥 그 무화과는 맛있게 냠냠 잘 먹었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끝났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다.


그 사람이 없는 나의 삶의 깔끔하고 쾌적하다. 벌써 그를 떠올리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도 생각 않고 지나갈 때도 있다. 윤종신의 '좋아'라는 노래 가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야/난 딱 알맞게 너를 사랑했어'. 아마도 나에게 당신이란 사람은 그 정도의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떠올리는 추억조차 좋았던 것보다는 좋지 않았던 것이 더 많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일은 미화되기 마련인데 이건 미화할 수조차 없었던 연애였나 보다. 그래도 다행히 이 브런치에 좋았던 나날에 대해서도 많은 기록을 남겨 놓아서, 좋았던 일들조차 부정하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당신을 사랑했고 그 덕에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으니까.


이별 3개월 차, 그동안 눈물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일년을 만났던 사람, 당신을 만나며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헤어지고 나서 전혀 울지 않았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눈물 한 방울조차 아까울 만큼, 그토록 힘들었던 연애였다는 걸 모든 게 끝난 지금 다시금 깨닫는다. 예정되었던 시간보다는 조금 늦게 연애를 끝냈지만 어쨌든 나를 할퀴는 연애는 완전히 끝이 났다. 사실은 이제는 정말 끝나버려서 이 연애에 대해 길게 쓰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 단지, 나는 내가 했던 모든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그 사람을 만났던 것, 좋았던 추억, 힘들었던 시간, 결국 헤어지자고 말한 것 모두.


이제 나의 마음은 헤어지자고 했던 그 날과 달라졌다.

여전히 당신이 불행하길 바라지도, 행복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를 그리워해 주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워한다는 단어조차 당신에게는 너무 과분하다.

아마도 내가 그리워할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을 만나러 가면서 그토록 애타고 설레던 그때의 나일 것이다.


이 기록을 내년까지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별의 기록은 여기서 마친다.

안녕, 2017년.

안녕,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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