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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Jan 11. 2017

사랑의 조건

  사랑이란 뭘까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을 때가 있었다. 사랑에 관해 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내가 생각했던 사랑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둘 중 한명만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살리는 것

  2.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없어져도 계속 사랑하는 것


  1번은 쉽게  와 닿는다. 차가 달려들 때 옆사람을 밀쳐내고 자기가 대신 치이는 장면 같은 걸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보기 때문이다. 혹은 백신이 하나만 남았는데 주인공이 자기 대신 사랑하는 사람에게 투여하는 장면이라든지.


  2번은 조금 헷갈릴 수도 있는데, 쉽게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사람이 화상을 입더라도 계속 사랑하는 것.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었기 때문에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계속 사랑하는 것. 이런 게 가능하다면 그것 또한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사랑해요."


  바보같이 나는, 그 사람에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그러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예전에 사랑의 조건을 따져가며 사랑에 대해 그렇게 고민했던 건, 내가 흔들리고 있었고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사실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알아채고, 떠나야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음을. 



  그렇다, 어찌 보면 사랑의 조건 같은 건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오는 것, 아침에 눈떠보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앞으로는 사랑이 무엇인지 크게 고민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랑이 찾아오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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