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by 고양이과인간

일이 너무 바빠서 두 달간 얼굴 보기 힘들 것 같아,라고 그가 말했다. 이런, 난감하다. 이 연애의 마지노선을 올여름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두 달이 지나면 5월이다. 바쁜 게 끝나고 얼마 안되어 헤어져야 한다.


마지노선 따위를 왜 정해두냐고? 이 사람과 결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차피 결혼도 안 할 건데 왜 만나냐고? 이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 혼자 정해 둔 마지노선, 이 바보 같은 것만 없으면 마음이 무거울 일도 없이 편하게 두 달을 보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마지노선이 없는 이 연애는 두려워. 내가 그냥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티겠다고 해버릴까 봐서.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좋은 때가 지나가고 나서 아무도 내 곁에 남지 않을까 두려워. 당신이 내 곁에 남아있는다 해도 그것조차 두려워.


나는 올여름이 오는 게 너무 두려워. 결혼 없는 이 연애에서 내가 정해 둔 마지노선이 끝난 다음에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까 봐 그게 두려워.


당신을 사랑하는데, 사랑만으로 뭐든 해낼 수 있지는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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