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동현 Mar 13. 2023

컨버세이션, 탑건: 매버릭과 스즈메의 문단속



오오극장에서 〈컨버세이션〉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했다. 이래저래 좋은 점이 많은 영화였다. 진행을 위해 간단한 질문을 짜다보니 단평도 포함되었다. 대답도 좋았는데 만에 하나 대구에서 이 관객과의 대화를 보신 분이 녹음까지 했다면, 공유를 해주세요. 여하간 단평을 포함한 그 질문을 옮겨둔다. 


안녕하세요. 「컨버세이션」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관객프로그래머 금동현입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함께해주신 분은 김덕중 감독님,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송은지 배우님입니다. 관객과의 대화는 한 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운영하겠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사회를 가끔 하게 되는데, 배우 분들이 참석하시면 객석의 질문/의견 등 발화가 엄청 많더라고요? 오늘도 네 분이나 참석해주셨으니 엄청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저는 말을 삼가겠습니다. 질문이나 의견 등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손을 들거나 대화방에 보내주세요. 어떤 관객과의 대화는 사회자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선정하곤 하던데요. 저는 그런 데서 썩 재미를 느끼지도 못하거니와,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컨버세이션」에서 느낀 재미 역시 그러한 방식과 거리가 멀었어요. 그러니 질문이든 의견이든 손을 드시거나 카카오톡 방에 올리시면, 항상 순서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간단한 인사를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객석에서 하시고 싶은 말을 다듬을 동안 제가 질문을 하겠습니다. 일부러 첫 번째 질문만 좀 길게 준비해왔으니, 천천히 다듬으셔도 될 것 같아요.

먼저, 저는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컨버세이션」이 대화를 그 제목처럼 부수물이나, commentary로 사용하지 않고 어떤 중심적인 재료로 삼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많은 영화들이 대화를 그냥 이야기의 큰 줄기를 따라가기 바빠서 대충 치워버리곤 하잖아요. 또한 대화 장면들이 활성화시켜서 보이게끔 만드는 것들, 영화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basic units of cinematic matters)도 정말 좋았습니다. 가령 김소이 배우님이 첫 번째 쇼트에서 대화를 주관할 때 주로 옆-뒤 모습을 비치고 급기야 화면 바깥을 나가기도 하던 조은지 배우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커트! 되잖아요. 대화 주도에 따른 쇼트-역쇼트야 많은 영화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요소지만, 희소하게 사용되니까 그러한 “기본적인 요소”가 더 잘 눈에 띄고 생각하고 서스펜스를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들을 몇 가지 더 열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다섯 번째 씬이자 여섯 번째 쇼트에서 잠든 아이를 비추는 패닝이라던가, 여섯 번째 씬에서 소도구-유아차를 활용해 박종환 곽민규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물질화한다던가, 일곱 번째 씬에서 기차 소리를 만드는 물질적인 실재가 있는 건지? 혹은 이것이 감정이 외화된 소리인건지? 하는 등이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컨버세이션」이 되게 치밀하게 연출된 영화, 좀 더 정교히 말하자면 영화로서 치밀하게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말이 길었는데요. 이렇게 감상이나 의견을 말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하간, 이런 맥락에서 궁금한 건 결국 연기 directing이에요. 제가 「컨버세이션」에서 제일 좋아했던 장면은 박종환 배우가 거슬린다고 말하자, 곽민규 배우가 주머니에 손을 엄지를 제외하고 빼고 되게 엉거주춤하게 있다가, 박종환 배우가 오자 유아차 앞에서 의자로 멀찍이 떨어지는 부분이에요. 이 부분을 포함해서 한 쇼트의 길이가 긴만큼 연출이 세부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감독님께서 어떤 부분까지 요구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오정석 촬영감독이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는 부분까지 염두에 두신 걸로 보아(외화면 영역에서 인물의 출연?) 연출이 세세했던 것 같은데요. 더하여 요구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면 배우님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쇼트의 지속 시간이 긴 만큼 세부적인 연출이 통제하지 못한 현장에서의 우연적 액션이 결합되어 좋은 장면이 완성된 게 있다면 그런 것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한창 상영할 때 못 봤던 걸 아카데미 기념 재상영(?)으로 봤다. 아카데미는 아무 쓸모가 없는 시상식이지만 이럴 때는 고맙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평론가 김병규의 글이 제일 맞는 것 같다. 톰 크루즈는 죽었고, 이후는 그의 환상이라는.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급하게 트위터에 써둔 글을 블로그에도 옮겨 둔다. 옮기면서 조금 가다듬었다.


「탑건: 매버릭」을 뒤늦게 봤다. 최근 스필버그가 (「탑 건」의) 톰 크루즈에게 네가 영화 배급과 산업을 구했다고 말한 영상과 「탑 건: 매버릭」과 함께 지금 그것을 구하고 있는 「슬램덩크: 더 퍼스트」를 떠올렸다. 두 영화의 흥행을 과거의 끊임없는 리메이크로 볼 수도 있겠다만. 나는 두 영화 모두 과거와 마주함으로써 과거를 지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게 관객의 수나 파급력으로 죽고/살고 하는 게 아니라지만, 어쨌든 그러한 맥락에서의 영화라는 게 종종 있(었)고, 그렇다면 영화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이렇게 비현실적인 힘으로 또 보존하구나. 그리고 영화는 언제나 그것을 참 잘 해왔다.


이제 와서 보니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은 알 것 같다. 디렉터스 토크(?) 아무튼 윤제균이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를 말한 게 우습고, 무엇보다 문화로서 영화를 제쳐둔 많은 치들이 여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데 사실 빡이 치지만. 영화 역사의 어떤 부분에는 그것이 단지 많은 사람들이 본 매체로서 의미가 생성 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있는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국민적인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구나. (우노 츠네히로의 글을 참조하세요.) 배석인(혹은 국가)의 「팔도 강산」이 근대화된 전국을 유랑하는 영화를 찍었듯이, 신카이 마코토는 전국의 재앙과 기억을 재방문 하는 영화를 찍었구나. 이런 영화는 일본 문화사의 특수성(후쿠시마 료타)일까? 나는 그냥 영화가 이런 것을 담당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국가의 지배와 국민의 뜻이 부딪치는 대중 영화의 영역이라는 게. 둘 다 소수가 아니라 절대 다수(거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다수가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 산포되어 있을 테며(존 피스크) 그것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계열화 되어 있을 것이다. 거기서 나를 찾는 재미도 있고, 보수적인 계열화를 거슬러서 읽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윤제균의 「영웅」이 재밌었다. 두 번 자고 한 번 화장실을 갔지만. 


작가의 이전글 한국영화 그리고 김지운과 <거미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