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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by 금은달

<식물의 방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신의 존재 전체를 변화하는 환경, 때로는 혹독한 환경에 맞춰 살아야만 하는 삶을 상상해 보라. 벗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삶. 이것이 식물의 삶이다."


식물은 씨앗이 자리를 잡아 뿌리를 내리면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척박한 환경에 자리를 잡으면 자신을 변화시켜 생존한다. 햇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잎을 크게 만들어 광합성을 하고, 사막처럼 수분이 없는 곳에서는 선인장처럼 아예 잎이 없는 형태로 산다.


반면에 동물은 움직임으로써 환경을 극복한다. 동물들은 더 좋은 기후, 신선한 물, 풍부한 사냥감을 따라 이동하며 살았다.


고도로 발전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움직이는 게 녹록지 않다. 비교하기 너무 쉬운 세상, 확인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내야 하는 기회비용도 더 비싸진 세상.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동물의 생존방식을 잃었다. 주변의 기대, 사회적 위치, 세상의 규칙, 성공의 법칙들이 우리에게서 동물의 생존방식을 앗아갔다. 동물이 식물처럼 살면 죽는다.


지금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있다면 그것은 지금 당신이 척박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당신은 당연히 동물이기 때문에 움직여서 그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원히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가 바로 반드시 변화해야 할 때라니 인생은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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