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처음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등장했다. 무슨 일이든 최고의 경지에 이르려면 1만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이후 수많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아무리 피겨스케이팅을 1만 시간 한들 김연아처럼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운전이다. 세상엔 1만 시간 이상 운전해 온사람들이 엄청많다. 하지만 그들이 F1선수만큼 운전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저 운전에 익숙해질 뿐이고 어느 수준이상은 올라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전자들이 F1선수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빠진 것은 방향성과 난이도다. 1만 시간을 하되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기량을 향상할 수 있을 만한 적당히 어려운 난이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 가지 일을 1만 시간 하는 것이 단지 부질없는 일일까. 1만 시간이든 2만 시간이든 무슨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없는 것일까.
나는 스무 살 때 운전면허를 땄다. 차가 없어서 한동안 장롱면허였다. 지방살이를 시작한 스물일곱부터 출퇴근용으로 100만 원짜리 중고차를 타고 다녔다. 내 첫차는 옵션도 하나 없고 오토바이만큼 소음이 났다. 도로 위에서 뜻 모를 하대를 받는 까만 프라이드 차였지만 마냥 좋았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는 자유가 좋았다.
나는 어느새 운전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는 운전을 못하는 엄마를 모시고 여행도 가고, 가슴이 답답할 땐 밤새 차를 몰고 동해에 가서 일출을 보고 오기도 한다.
운전을 무지하게 잘하는 드라이버는 아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무사고이고, 매일 출퇴근을 하고 출장을 다니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인생을 놓고 보면 얼마나 오래 운전했느냐보다 중요한 건 단순히 운전을 할 수 있냐 없느냐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에 글을 쓴다. 조회수가 안 나오는 블로그도 하고 몇 주 전에는 유튜브용 동영상도 만들어봤다.별다른 성과는 없다. 유튜브 조회수는 2인데 둘 다 나다. 그래도 동영상을 편집하고 자막을 넣는 기술을 알게 되었다. 백수가 되어도 할 일은 있겠지 싶어졌다.해보고 안 해보고의 차이는 천지차이고 기회라는 것은 '인생한방"이 아니라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언젠간 나도 출간작가가 될 수 있겠지, 그러려면 꾸준히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내 브런치, 내 블로그, 내 유튜브. 나는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사는 병자이지만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에 열심이다. 어쩌면 나 생각보다 열정적인 사람일지도?
5만 명이 넘는 브런치 작가들이 있다. 그중엔 진짜 작가가 된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아무도 모르게 글을 쓰는 재야의 고수(?)들도 있다.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그냥 글을 쓴다. 쓰고 안 쓰고의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이고 나머지 것들은 다 부수적인 것들이다.
가장 완전한 것은 결핍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쓰임은 끊어짐이 없다. 가장 충만한 것은 비어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쓰임은 다함이 없다. 가장 곧은 것은 굽은 것처럼 보이고, 가장 교묘한 것은 서투른 것 같으며, 가장 뛰어난 웅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