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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은달 Feb 26. 2023

브런치 시작 30일 차

초보라도 행복해


브런치를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동안 22개의 글을 썼고 얼떨떨하지만 구독자도 생겼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전에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였다. 지금 브런치를 하는 이유는 내가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돈을 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나는 메모광이다. 무엇이든 생각이 나면 스마트폰으로도 쓰고, 노트에도 적어둔다. 운전하고 돌아다닐 때, 샤워할 때, 책을 읽다가, 잠들기 직전에, 낮잠 자고 일어나서 아직 몽롱할 때, 생각이 잘 난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내 스마트폰은 언제나 내 머리맡에 있고, 노트는 책상에, 이면지 뭉치는 내 사무실 서랍에 있다.




글은 나를 살린다. 글이 나에겐 산소마스크고 수액이다.


예전의 나는 넘치기 직전의 제방이었다. 이미 물이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빗방울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그대로 터져버리고 마는 댐 같았다. 댐이 넘치면 마을을 집어삼키듯 나는 나를 집어삼키기 일보 직전이었다.


시한폭탄 같은 삶에 도화선이 될 사건들은 너무 많았다. 시계 초침소리, 강렬히 타오르는 태양, 사람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 나를 향한 암묵적 비난이나 왠지 깔보는 듯한 태도, 걱정 없는 우려와 원하지 않은 조언, '그래야만 한다'는 폭력, '그러면 안 된다'는 강압. 가스레인지 위에 주전자처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차라리 용암처럼 시원하게 터져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용암이 나조차 시뻘겋게 녹여낼지라도.


쓸데없이 예민하고 시끄러운 마음이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속 시끄러운 사람이다. 그런데 글을 쓰면 마음길 어딘가에 샛길이 하나 생긴다. 방금이라도 터질 것 같은 마음에 물길이 하나 나서 수압이 내려간다. 그 길로 수증기가 쉭-하고 빠져나가면서 화산 폭발을 막는다.




This work you're doing is it the kind of thing that will lead to anything?

(그 일이 돈이 되는 일이냐?)

I don't know. Nevertheless, it's the kind of work I do.

(몰라요. 하지만 전 이 일을 해요.)


-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돈은 벌지 않고 시를 쓰기 위해 방황하는 랭보에게 랭보의 어머니가 꾸짖자 랭보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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