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과금이 들어왔다. 매년 받지만 매년 고마운 보너스 아이템이다.
공무원은 월급 자체가 너무 소박하기 때문에 수당은 동아줄이자 산소마스크와 같다. 초과근무 수당, 정근수당, 명절 수당, 그리고 성과상여금. 이 사총사가 없었다면 우울한 날 치킨 한 마리라도 마음 편하게 시켜 먹을 수 있었을까.
성과금이라고 해서 대기업 인센티브를 생각하면 안 된다. 전 직원 천만 원 인센티브 같은 것이 가능하려면 영리 단체여야 한다. 국가 기관은 일을 잘한다고 매출이 올라가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금 역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지급된다.
성과금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성과에 대한 급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성과는 S, A, B, C등급으로 나뉜다. 당연히 S가 가장 좋은 등급이고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직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S등급은 한 달 치 월급의 두 배 정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자체별로 각 등급별 비율과 성과금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성과등급이 공개되면 혼자만 조용히 알고 다른 사람의 등급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좋은 등급을 받았다고 소문 나봤자 좋을 일이 없고 나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사람을 보면
'저 주사님이 왜 A 지?'
이런 생각에 속이 쓰리다.
정말 업무 능력이 뛰어나서 S등급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성과금은 성과와 거의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공무원의 업무를 일괄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민원대에 앉아있는 직원은 주요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예산이 큰 굵직한 사업을 진행하는 부서에 있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 같은 경우는 아예 S등급을 받을 수가 없다. 같은 직렬이 최소 5인 이상이어야 S등급자가 생기는데 수의직렬은 애초에 TO가 3명이다.
처음으로 성과금을 받았을 때는 소처럼 일하고 B등급을 받아서 매우 억울해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B라니, 저 사람이 A라니, 심지어 저 사람이 S라니.
혹시 올해 처음으로 성과금을 받고 예전의 나처럼 좌절하고 있는 공무원이 있다면 절대 기죽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성과금은 보너스니 즐겁게 받으시고 누가 뭐래도 내가 S급으로 일했으면 S인 거다.
감히 누가 당신을 함부로 판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