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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우 Feb 22. 2023

단순한 음악이 무서운 이유

뒹굴대며 읽는 음악치료 이야기_알면 재미있는 음악_두 번째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떤 소리든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면 사람은 그것을 음악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소리 패턴이 복잡하지 않을수록 듣기 편한 음악이 된다. 작곡가는 이러한 특징을 사용해 중독성 있는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음악은 단순하지만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잘 잊히지도 않는다.


2015년에 디즈니에서 제작한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애니메이션에는 단순한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본 작품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각 캐릭터가 상황에 맞게 주인공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이야기다. 작중에서 오래된 기억을 삭제하는 ‘기억 처리반’이 등장하는데 일을 하는 도중 옛날에 들었던 껌 CM송이 담긴 기억 구슬을 꺼내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주인공은 현실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무 이유도 맥락도 없이 그냥 머릿속에 노래가 떠올라 흥얼거린 경험은 아마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아주 쉬운 소리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CM송의 경우 사람들에게 회사나 제품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인식하기 쉬운 소리 패턴과 반복하는 멜로디를 주로 사용한다. 가사 역시 어렵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제품의 이름이나 회사 이름이 반복해서 나올 때가 많다. 아래 영상에 나오는 노래를 들어보자. 과거 마트에서 장을 본 경험이 있다면 듣자마자 노래가 기억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3fsprjAjDo

이마트 노래 모음 영상. 평소 이마트를 많이 가 본 사람이라면 의외로 익숙한 노래가 많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DjHs6ILhrk

홈플러스 노래 영상. 귀에 쉽게 들어오는 노래다.


마트 CM송을 일부러 찾아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듣는 순간 ‘아, 이거구나!’하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영상의 댓글을 보면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갔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는 사람들도 있고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며 눈물이 핑 돌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단순한 음악은 쉽게 익숙해지고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번 상상해 보자.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지난 글에서 소개한 오넷 콜먼의 프리재즈 음악이 들리는 장면을.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과연 우리가 그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지금의 마트 CM송을 들었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일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오넷 콜먼의 노래는 패턴을 인식하기도, 따라 부르기도 어렵다. 광고음악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아동용 음악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많다. 성인보다 아동의 뇌는 덜 발달하여 있기 때문에 어려운 패턴의 음악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리듬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중독성 있는 노래가 탄생할 확률이 높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어린 시절 배웠던 동요를 지금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상어 가족’이란 노래를 들어보자. “뚜루루 뚜루”라는 구절이 반복해서 나타나며 멜로디도 가사만 조금씩 바뀔 뿐 큰 변화가 없다. 후반부에 속도가 조금 빨라지긴 하지만 구조를 분석하며 들어보면 온전히 반복으로만 이루어진 노래다. 물론 이것 외에 다른 장점들이 함께 섞여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은 것이지만 반복되는 음악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761ae_KDg_Q

멜로디는 크게 변하지 않고 반복해서 나타난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들으니 중독성이 더 커진다.


귀벌레(Ear worm)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독성 강한 노래의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벌레가 귓속을 돌아다니듯이 음악이 멈추지 않고 들리기 때문에 생긴 단어다. 그리고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에서 수능 금지곡이라는 딱지가 붙은 노래들이 이런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노래다. 중독성 강한 구절이 포함된 노래들이 귀벌레 현상을 일으켜 수험생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요에서 말하는 후크송(Hook song)도 마찬가지의 원리다. 사람들이 노래를 쉽게 받아들여야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중독성 강한 부분을 만든 것이다.


자 중독성 강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을 만드는 비법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제 잘 팔리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인간은 그리 쉽지 않은 존재다. 반복이 많은 노래는 쉽게 지루할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요나 CM송의 경우 노래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들기는 쉬울 수도 있겠지만 가요의 경우는 더 어렵다. 노래를 듣다가 끝까지 들어봤자 결국 내가 아는 부분이 반복된다고 인식한다면 중간에 음악을 꺼 버린다. 그래서 프로 작곡가는 반복되는 구조의 노래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속도나 화성, 악기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며 노래를 만든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사람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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