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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우 Mar 14. 2023

심리검사, 과연 믿을만한가요?

뒹굴대며 읽는 음악치료 이야기_그런데 치료가 뭐야?_두 번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심리학에 대한 이미지는 학문보다는 독심술에 가까운 듯하다. 한두 가지 질문으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거나 보이지 않는 머릿속 생각을 맞출 수 있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많은 연구와 논문을 통해 쌓인 데이터가 있어야 인정받는 과학의 영역인 것이다. 이번에는 심리검사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과연 심리검사는 믿을만한 것일까? 그리고 왜 검사를 해야 할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의 무의식을 알 수 있는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하나 해 보자.




당신은 길을 가다 큰 강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 세 개의 다리가 보입니다. 당신은 어떤 다리로 강을 건널 것인가요?


1. 징검다리

2. 튼튼해 보이는 돌다리

3. 화려하게 장식된 대리석 다리

4. 뗏목을 직접 운전해 강을 건넌다


1번을 택한 당신. 모험심이 강한 성격이군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중요해요.


2번을 택한 당신.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실속파! 무엇보다 내실이 튼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무엇을 해도 항상 보통 이상을 해내는 멋쟁이입니다.


3번을 택한 당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스타일입니다. 사람들에게 은근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가끔 내실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외적인 것만큼 속을 튼튼하게 채우는 것도 중요해요.


4번을 택한 당신. 타인을 잘 믿지 않고 자신의 힘을 우선시하는 스타일이네요. 조금 위험하더라도 스스로 헤쳐 나가기를 좋아하며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는 스타일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놀라운 성공을 이뤄 내지만 가끔 다른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는 연습도 해 보세요.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만은 없으니까요.




자 당신은 어떤 스타일인가? 그리고 그 해석이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 심리 테스트는 가짜다. 필자가 1분 만에 만들어 낸 테스트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위와 비슷한, 내면의 심리를 파악해 준다는 설문이 수두룩하게 돌아다닌다. 하지만 이런 테스트는 그럴듯해 보일 뿐 당신의 속마음을 전혀 알려주지 못한다. 만일 저런 테스트가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바넘 효과(Barnum effect) 때문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포스터. 바넘 효과는 실제 인물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바넘의 이름에서 따왔다.


바넘 효과는 사람의 성격을 애매모호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누구나 가진 보편적 특성을 자기만 가진 특성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이네요. 하지만 가끔 감정적이며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 보자. 듣는 사람은 대부분 “아 맞아요. 그건 내 성격이에요.”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세상 모든 사람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그리고 의외로 마음이 약해져 상대방을 동정하기도 한다. 이건 혼자만의 성격이 아닌 세상 모든 사람이 가진 인간의 특성일 뿐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심리 테스트가 맞는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런 식으로 사람의 보편적인 특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나를 분석하는 심리검사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신뢰할 만한 심리검사라는 것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대로 된 심리검사는 병원이나 심리치료 센터에서 전문가의 안내하에 진행된다. 검사지를 구매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다. 임상심리사나 청소년 상담사 등 일정 자격 요건이 충족되어야 구매할 수 있으며 어찌어찌 검사지를 구했다고 해도 지식이 없으면 결과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내용이 어렵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설문지를 사용해 혼자 검사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심리 검사라고 할 수 없다.

그래픽 노블과 영화 '왓치맨(Watchmen)'의 등장인물 로어셰크(Rorschach). 로흐샤흐 심리검사에서 따 온 이름이다.


심리검사는 심리치료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시 상상해 보자.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갑자기 허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힘들게 병원에 도착해 진료실에 들어가면 먼저 의사가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를 물어볼 것이다. 필요하다면 엑스레이나 MRI 촬영을 하기도 한다. 의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 문제가 있는 부분을 분석한 후 처방을 내린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 바로 진단을 내리는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인 진단 과정을 거쳐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치료도 마찬가지다. 만나자마자 바로 인생의 해답을 술술 말하는 심리치료는 없다. 의사가 처방을 내리기 전 엑스레이나 MRI를 찍는 것처럼 반드시 심리 검사를 해야 한다. 무슨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어떤 심리적 특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심리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심리검사는 설문지를 사용하기도 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한다. 소요 시간이 짧은 것은 한 시간, 긴 것은 서너 시간이 걸릴 정도로 상당히 길다. 내가 거짓으로 설문을 체크해도 그것을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인터넷처럼 한두 문항으로 나를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심리치료는 이 자료부터 시작된다. 이것 없이 바로 치료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치료라고 부르지 않는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는 것 처럼 심리치료를 진행하기 전 반드시 심리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심리검사는 내담자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이런 종이 쪼가리로는 나를 평가할 수 없어요.”


보통  일을 하다 보면  년에 한두  정도 듣는 말이다프로그램 전에 진행한 심리검사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물론 과학으로 입증된 이론도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기도 한다하지만 병원에서의 치료 방법이나 먹는 약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그리고 우리는  방식을 불신하지 않는다왜냐하면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심리치료도 그렇다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있으니 신뢰하고 믿어도 괜찮다만일 당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자신의 내면을 알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헤매지 말고 가까운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방문하길 추천한다돈은 들긴 하지만 불확실한 정보보다는 객관적 데이터를 얻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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