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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우 Feb 12. 2023

10년짜리 음악치료사의 후회

뒹굴대며 읽는 음악치료 이야기_서문

가끔 지인들을 만났을 때 음악치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 처음 음악치료가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약 3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려졌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음악치료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는 거 아닌가요?”

"명상 비슷한 거 아닌가요?"

“같이 노래하는 프로그램 같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필자가 음악치료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석사과정 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한 기간까지 합하면 약 14년 정도가 흐른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대답은 여전히 비슷하다. 아직까지 음악치료는 대중적이지  않은 생소한 분야인 것이다. 심지어 가끔 일과 관련된 미팅을 할 때 만나는 심리치료센터나 복지기관 담당자조차 음악치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음악치료의 기초와 진행 방법부터 설명했던 경험도 존재한다. 몇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자 과연 음악치료가 보편화될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예술치료 자체가 인지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예술치료 분야인 미술치료는 음악치료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사람들에게 미술치료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답을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작품에 숨겨진 내용을 분석하며 상담하는 것이 아닌가요?”


물론 이 한 문장이 미술치료의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한다. 하지만 음악치료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미술치료에 대해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어느 정도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치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말해 달라고 하면 난감한 표정을 짓던 것과는 다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음악? 치료? 아니면 두 가지를 섞은 것이 원인일까? 필자는 몇 년간 이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도 내 보았다. 물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음악치료가 대중화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음악치료는 대중과 친숙하지 않다. 음악치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존재를 알려야 한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음악치료를 모르는 사람이 음악치료실의 문을 두드릴 일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본 작업은 음악이 무엇인지, 치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음악치료는 무엇인지 필자의 경험과 지식을 섞어 글로 쓰려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음악을 듣는다. 이러한 음악에 숨겨진 이야기, 음악가와 음악치료사가 음악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한 심리치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다.


서점에 가면 음악치료 전문가를 위한 서적은 즐비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음악치료 서적은 찾아볼 수 없다. 본 작업에서는 임상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는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며 지식 전달보다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젝트 제목을 '뒹굴대며 읽는 음악치료 이야기'로 정했다. 부디 이 작업의 결과물이 음악치료가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돕는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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