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계에서 살아남기 – 학원 강사편

일타 강사가 되어 큰돈을 번다는 허상에 대하여

by 브론테처럼

학교의 취업 게시판에 올라온 공고는 평소 보기 드문 것이었다. 대기업의 홍보 직무 지원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중에 발견한 공고 제목은 ‘대치동 논술 학원 강사 채용’이었다.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 생각지도 못한 곳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하기도 했다. 학부 내내 과외를 했고, 부모님 중 한 분이 선생님이셔서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 내게 낯선 일만은 아니었다. 다만 엄마의 제안이었던 학교 선생님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신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교직 이수가 가능한 학과임에도 신청하지 않고, 기자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잘 안되고 보니, 그와 비슷한 다른 길인 ‘학원 강사’의 진로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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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채용 과정을 거쳐 교육업계에 몸담게 되었고, 5년간 대치동의 한 논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 학기에 50명에서 70명가량의 학생을 가르쳤으니, 그 수를 헤아려 보면 모르긴 몰라도 500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친 것은 확실하다.


교육업계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발 들일 수 있는 채용 분야라면 아마 학원과 같은 사교육 현장일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학원들이 채용 공고를 통해 학원 강사를 모집하고 있다.


출생률이 1명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교육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평을 듣긴 하나, AI가 사교육을 완벽하게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고, 아직은 시기 상조란 생각하는 게 현장에 있는 내 입장이다. AI가 강사를 도와주면 도와줬지,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 본다.






내가 몸담았던 국어, 논술 교과는 차치하고, 학원 강사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티칭 경력
포용력과 인내심


먼저 티칭 경력이 아예 없는 강사들도 있지만, 대부분 학부 시절에 과외나 학원 파트타임 강사 경력이 있는 편이다. 현장에서는 경력이 없다면 사범대 출신을 선호한다. 이러한 부분은 면접 때 꼭 물어보는 질문으로, 학원 강사가 되고 싶다면 미리 경험을 쌓는 게 좋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포용력과 인내심이다. 5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만나 보았는데,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은 예사요, 선생님과 기싸움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제는 엄격하고 무섭기만 해서는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다.


내가 있었던 대치동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원을 7-8개까지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학생이 다양한 선생님을 겪어 온지라, 선생님이 어떤 스타일인지 간보고 행동하는 영악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 보고 자신의 교육관에 따라 수업을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교육 현장에서 학원 강사로 근무할 때 좋은 점, 즉 장점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성장에 따른 성취감
티칭 노하우, 수업 기획 및 지도안 작성 능력 습득


먼저 학생들의 실력이 올라가면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가장 큰 것 같다. 내가 가르쳤던 ‘논술’이라는 교과의 경우, 실력이 쉽게 늘지 않는 데다 정답을 꼭 요구하는 편은 아니라서 학생들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끼곤 했었다.


아마 다른 교과 강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육업계가 명예직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낮은 페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취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학원 강사의 삶이다.


다른 장점으로는 티칭 노하우, 수업 기획 및 지도안 작성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학원에 입사한다면, 운영 지도안과 프로그램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수업 준비를 위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준비된 교재와 워크시트를 활용하면 된다. 수업 경험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도안을 짤 수도 있고, 프로그램의 연구 개발 직무로도 업직종을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원 강사로 근무할 때 나쁜 점, 즉 단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일반 직장인과 다른 근무 시간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연봉


내가 한 학원에 5년간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평일에만 수업을 하고 주5일 근무를 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근무 시간이 일반 직장인과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원이 1시에서 3시 사이에 시작해 9시, 10시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파트타임인 경우, 일정 조율이 가능하나 전임으로 근무할 경우 일정은 거의 고정이며 주말 중 하루는 수업을 하는 형태로 채용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방학이 아니면 휴가 내기 어렵고, 연차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첫 직장이었던 회사에서 나는 연차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내가 연차를 내면 대타로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선생님이 생기기 때문에 민폐를 끼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연차를 낼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한 학기에 한 번 연차 수당이라는 것을 주긴 했으나, 돈을 받지 않고 쉬는 건 내 선택이 아니었다고 보아야 했다.


이런 기본적인 연차 활용도 어려운데, 복지가 좋을 리 없다.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과목 특성상 강사가 95% 이상 여성이었고, 매년 결혼하는 인원이 생기기 마련이었는데 아이를 낳은 뒤 복귀한 선생님은 딱 한 명이었다. 그마저도 전임으로 취업한 것이 아니라 주 1회만 나오는 파트타임 강사로 채용한 것이었다.


육아 휴직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학원 운영에 꼭 필요한 인력을 그런 식으로 대우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여성인 경우 경력 단절이 되거나 다른 곳에 다시 취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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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타 강사가 되지 않는 이상, 낮은 연봉을 감안해야 한다. 대치동에서 2년 정도 입학 대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학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회사를 다녔다.


전 직장의 유일한 복지라곤 4대 보험을 해 주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그것이 마냥 매우 큰 복지라고 생각했었다. 보통 프리랜서 강사 채용 시, 4대 보험 가입이 어렵다고들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논술과 국어는 영어나 수학 교과만큼 교육비 인상이 어렵다. 국어가 중요한 것은 모두들 아는데도, 영어나 수학 학원에는 잘 열리던 학부모의 지갑이 조금만 인상해도 꾹 닫히고 만다. 거의 10-20만 원은 차이가 났던 것 같다.


결국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큰돈을 버는 것은 허상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주변 지인들은 대치동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니, 돈 많이 벌겠다 생각했지만 그럴 리 없었고 나는 자존심상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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