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돈 벌기의 어려움

글쓰는 자의 첫 번째 덕목: 물욕 버리기

by 브론테처럼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으로 삼으며 ‘한국현대문학사’라는 강의를 수강했는데, 수능 국어 영역에 나오는 수많은 작품을 시대사에 따라 나누어 읽고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분석하는 과목이었다.


과거, 소설이나 시를 써서 발표한 작가들, 소위 말하는 지식인들은 남들에게 제대로 된 밥벌이를 못하는 이들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시대 상황에 따라 세태를 비판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글을 쓰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었으며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이때부터였을까? 글로써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현실인 듯했다. 이런 한국 문학 작품을 접하다 보니 취업을 준비할 때쯤 구직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신문 기자의 연봉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어도 그러려니 했다.


‘내 글을 실어 줄 지면이라도 있으면, 그게 어디냐.’ 하는 생각이 먼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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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중파 방송국이나 메이저 신문사 입사를 준비했더라면 돈 벌기를 걱정하진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념을 내세우느라 일제에 부역한 신문사에는 입사 지원서를 아예 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높은 연봉은 아예 꿈을 꾸지조차 않았다.


방송국 기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아니라 느꼈다. 나는 글쓰기에 자신 있는 사람이지,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핑계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졸업을 앞두고 있던 24살의 나는 도덕적 허들을 매우 중시했고 자기 객관화 또한 잘되어 있는 학생이었다.




‘헝겊’이라는 주제로 작문 시험을 보고 온 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신문 기자 외에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일은 무엇이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떤 글이든 계속 글은 쓰고 싶었다. 내가 쓴 글이 무엇이든 어딘가에 유의미하게 쓰이길 바랐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밥벌이로 삼길 원했지, 단순히 취미로만 남기고 싶지 않았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영화 분야 글쓰기 대외 활동을 가장 많이 했기에 이에 가장 부합하다고 생각했던 직업은 구성 작가, 흔히 말하는 방송 작가였다. 하지만 방송 작가로 진로를 전향하기엔 대본 작성 경험이 전무했다.


또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그 돈의 절반 이상을 밤샘 작업으로 인한 택시비로 날린다는 업계의 소문을 종종 들은 적 있었다. 글쓰기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와닿은 적은 처음이라 당장 뛰어들기엔 겁이 났었다.




그러던 중, 글쓰기로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냈는데, 바로 대기업의 ‘홍보팀’이었다. 각 기업의 홍보팀에서는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언론 매체 모니터링을 수행하며 사내 소식을 전하는 사보나 뉴스레터를 만드는 일을 했다. 게다가 구직 사이트의 신입 연봉도 ‘글쓰기’를 한다고 하는 다른 직업과는 아주 비교가 될 정도로 높았다.


잡지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하면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일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이보다 잘 맞는 일은 없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신문사 외의 다른 기업의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며 홍보 직무에도 입사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해운업 계열사, 식품 회사, 통신사, 호텔 회사, 엔터테인먼트사 하다못해 도시가스 공급 업체 등 정말 수없이 많은 대기업의 홍보팀에 입사 지원을 했는데 서류 전형은 거의 다 합격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를 밥벌이로 삼으려 하는 나에게 자소서 쓰기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복병은 인적성 검사였다. 언어 외에 수리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이 너무 어려웠고, 겨우 합격해 면접을 가더라도 기업에 대해 아무리 준비해 가더라도 애초부터 기업 지원을 염두하고 준비한 지원자들보다는 배경지식의 깊이부터가 달랐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는 해운업에 대한 책을 읽어 본 적도 없었거니와, 통신사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대기업 홍보팀에 지원하는 것이 정말 맞는 일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업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관련된 글은 잘 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몰려왔고 큰돈을 벌기 위한 내 선택에 속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시즌을 신문사 최종 면접 탈락으로 마무리하고 너덜너덜해진 나에게, ‘작가’라는 선택지가 남아 있었다. 당시 나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출판사는 고려하지 않았다. 아마도 ‘글쓰기’의 즐거움에 매몰되어 내 글을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찍먹해 본 문예 창작 전공 수업에서 확인 사살 당했던 것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내 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가능성? 절대 없었다. 오래전이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출판계는 위기였고, 심지어 여기저기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떠들어 댔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을 거면 작가로 돈 벌기는 어렵다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작가가 되는 것은 아주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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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기업에서 글을 쓰는 것,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는 것 모두 내가 원하는 글만을 쓸 수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글쓰기로 돈을 벌고 싶었고, 그것만이 내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취준 첫 시즌 후, 애초에 글로 큰돈을 번다는 생각을 고이 접고 ‘글’이라는 행위를 통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뭐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을 하던 중, 새로운 채용 공고가 내 눈에 띄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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