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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Crazy Feb 13. 2021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

최진석 교수님 세바시 강연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벌써 대학원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교 생활도, 대학원 생활도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기에 적당히 대기업에 취업을 해서 돈을 벌면서 유학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막상 준비를 하니 예상과는 다르게, 신입을 뽑는 직무에는 내 석사 전공과 관련된 것이 없었고, 경력을 뽑는 직무에는 내 석사 전공과 관련이 있으나 높은 경력을 요구하였다. 마침 두 중소/중견기업에서 먼저 면접 제안을 받기도 했다. 뒤늦게 연봉을 알아보니 일반적인 중소기업 연봉은 대기업에 턱없이 낮았고, 학교 연구실 급여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직무 자체도 큰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석사 졸업이라는 그 알량한 자존심은 그 어떤 선택지도 탐탁지 않아했고, 하나하나 스쳐가는 기회들은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어 나를 점점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몰라도 홀로 남겨졌다. 막상 홀로 남겨지니 한동한 나를 잠식했던 무기력은 사라지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는 생존본능과도 같은 의지가 생겨 자기 계발 영상을 무작정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중 내게 가장 큰 의미를 주었던 영상이 최진석 교수님의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라는 세바시 강연이었다.


    6년 전에는 그런 말씀들을 마음에 새겨 넣었고 어느 순간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다시 듣고 보니 너무도 새롭게 다가왔다. 논문을 쓸 때는 언제나 기존 문헌들을 읽고 참고문헌에 넣기 바빴고, 무슨 논리를 펴더라도 과거의 논문 내용을 떠올리기 바빴다. 회사에 지원할 때에는 기업의 연봉과 회사 타이틀로부터 얻게 될 이익을 계산하기 바빴다. 면접을 볼 때에는 그들의 비전에 나의 경험과 역량들을 끼워 넣어 어필하기 바빴다. 그동안 나는 그 어떠한 진실된 욕망도 없이, 기존의 체계에서 쓸모 있는 놈으로 보이기 위해 치장하기 바빴던 것이다.


    교수님 강연에 따르면, 이 세상의 공통적인 것들을 손으로 잡아서 모아 놓은 것을 개념이라 하고 이들이 세상의 지식을 구성한다. 세상은 이 지식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라 생각하기에 중요시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식은 어떠한 형식으로 잠시 보이는 것뿐이고 세상에는 손에 잡히지 않은 것들이 더욱 많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지식으로부터 지배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사회란 거대한 체계 속에서 인정받기 위해 나쁘지 않은 학교, 성적, 실적들을 쌓으며 더 인정받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나 사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매일 아침마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왔으면서도, 그동안 해온 것들이 아까워 쉽게 놓지 못했다. 이제야 그 체계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서, 한때 나를 강렬히 움직이게 만들었던 힘이자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강연 덕에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큰 고민이었고, 그 어느 것도 100% 만족스럽지 않았던 회사 선택이 너무도 명료해졌다. 언젠가 또다시 사회 체계에 짓눌리고 흔들릴 때 다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자 글로 남긴다. 그리고 이 강연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하나의 이정표이길 희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8xGxpTBT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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