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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well Jan 15. 2023

용기 없는 응원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를 읽고

안녕하세요, 시와님. 저는 지난 홍대 벨로주에서 진행된 북콘서트에 참석했던 독자입니다.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를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질의응답 시간에 용기 내 질문도 드리고 싶었는데요.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니 용기가 나질 않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준비해 간 질문보다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하지 못했다는 것보다 드리고 싶은 말을 끝내 전하지 못한 게 아쉬워 이렇게 글로나마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시와님께서 책의 본문 중 '노래 한 번 해보라는 말' 꼭지 전문을 낭독하실 때였어요. 제가 책장을 넘길 때 만났던 그 꼭지의 인상은 굉장히 가벼웠었는데요, 마지막 문장이 다름 아닌 "홀가분한 마음으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하게 정리를 하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시와님의 육성으로 다시 만난 그 꼭지의 인상은 무겁고 슬펐습니다. 시와님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바, 여전히 미결의 상태라는 것을 꽤 먼 거리의 객석에서조차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해석이 오해 내지는 과잉 감상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날의 진행자이자 동료 음악가인 요조님께서 무분별한 노래 요청에 대처할 수 있는 일종의 팁을 전수해 주셨죠. 관객들과 함께 웃으셨지만 여전히 미심쩍어하신다는 것도 느껴져서 그 팁에 좀 더 힘을 실어드리고자 말을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요조님이 실제 대처하는 것을 본 목격자이기도 해서요. 그날의 행사는 음악성이 거의 배제된 그러니까, 어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강연에 가까운 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조님께 노래를 요청하는 관객이 나타났고, 그때 정말 요조님은 '입금'과 '속물'이라는 단어를 쓰시면서 차분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반응하셨습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찬물이 확 끼얹어진 객석의 온도가 요조님을 통해 다시 따듯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요조님은 "시와는 어쩌면 그렇게 능숙하게 못할 것 같다. 어느 정도 능글맞아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라고 덧붙이셨죠. 그런데 사실 능숙하거나 능글맞게 대응하지 못해도 이상하고 나쁜 것은 무례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의 몫이지 시와님의 것은 아니잖아요. 무례한 것에 정색을 하는 건 자신을 지키는 일과 같고 그런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뭐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드리고 싶었던 말이 꽤 길었네요. 북콘서트 때 손을 들어 마이크를 잡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그 사실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독자의 오지랖이라 생각해 주셔도 좋고요.

저는 이맘때면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보다 시와님의 <크리스마스엔 거기 말고>를 찾게 되고 즐겨 듣습니다. 여태 모르고 살았는데 책을 통해 그 캐럴의 주인이 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북콘서트 말미에 자발적으로 예정에 없던 노래 한 곡을 더 불러주셨죠. <다녀왔습니다>는 '한 곡이 탄생하기까지'라는 꼭지를 읽었을 때 언젠가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곡이기도 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그 순간엔 정말이지 홀가분해 보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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