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사귀

어느 날의 시

by 제이와이

촉촉한 잎사귀는 바스러지지 않는다.

생명력을 머금은 상태에서 더 효과적으로 에너지원을 흡수하고, 다시 에너지를 생산해 낸다.


나는 이따금씩 바싹 마른 잎사귀가 되어버린다.

특히나 삶에 여유가 없을 때일수록 그러하다.

손으로 살짝 힘을 주면 파사삭 바스러져버릴 잎사귀와 같은 상태다.


어떤 일들에 대해서도 아무 감흥이 없다.

사람 만나는 일에 아무 감흥이 없고,

헤어짐에 대해 아무 감흥이 없고,

매일 아침 회사로 향하는 내 마음 안에는

어떠한 기대감이나 불안감도 없다.

말씀을 읽어도 말씀과 내 삶 사이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다.

왜 이렇게까지 바짝 메마르게 될까.


머리로는 감사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무엇을 바라야 할지, 기대해야 할지, 향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마음이 침묵하고 있다.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침묵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촉촉한 잎사귀가 되고 싶다.

너그럽고 온화한 햇빛을 받아 온기가 맴돌고,

비 내리는 날 물방울을 머금어 마음이 말랑해진

그런 잎사귀.



이전 17화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