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시
이런 삶은 괜찮은 걸까
바람도, 소리도, 내리쬐는 빛의 눈부심도 없는
시간의 적막함과 매일이 데자뷔처럼 흐르는.
고요 속에서 누리는 평안은 괜찮은 걸까
깨지고 부서지며 두 주먹 움켜쥔 의지도 없이
무겁게 흐르는 물 위에 누워
가만히 숨만 쉬며 흘러가는 그런 삶.
누가 나를 이 삶에 가둬 놓았는가
세상의 떠드는 소리가 off버튼 없는 스피커처럼
마땅히 가져야 할 생각과 진리를 차단시키는.
모두가 언젠가는 멈추고야 마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걸으면서도
왜 감히 가보지 않은 길로 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관성의 법칙에 따라 걸어가던 다리를 멈추고
눈을 감고, 숨 한번 크게 내쉰 후
손을 뻗어 한 뱡향을 찍고,
눈을 떠 손 끝이 가리키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관성을 거스르는 두려움에 결박된 두 다리를
결의의 힘으로 빼내어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알지 않는가.
나를 이 삶에 가둔 것은 바로 나 자신.
그곳에서 나올 열쇠를 쥔 것도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