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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사자처럼 Nov 16. 2017

20세기에 멈춘 나라, 쿠바

쿠바에서 드론 날리고, 인터넷 하고, 밥먹기

우리는 북미에서 중남미로 여행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중남미에 대해서 아는게 없어서, "중남미에 이렇게나 많은 나라가 있었어?!"에 감탄만 할 뿐, 정확이 어떤 나라로 갈지 못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쿠바에서는 시선을 두는 모든 공간이 영화의 한 장면이야"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큰 고민 없이 쿠바행을 결정했다. 그동안 여러나라를 다녀봤는데, 크게 불편한적 없었고, "아무리 불편해도 다 사람사는 공간이니 거기서도 뭐 크게 불편하겠어" 라는 편한 생각으로 갔는데, 쿠바는 정말 상상 이상의 나라였다. 



쿠바에선 인터넷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인터넷 필살기인 한국 통신사 데이터 로밍을 하기로 했다. 데이터 로밍은 하루에 만원씩이나 하기 때문에 세계일주 내내 쓰기엔 부담이 되어서 안쓰고 있었는데, 이거라도 써야 고립상황을 막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쿠바에선 한국 통신사 데이터 로밍이 안됩니다." ............


시작부터 꺼낸 최후의 카드가 동작하지 않았다.

공항 도착해보니, 당연히 현지 유심 따위도 없었다.


그래도 가보자

그렇게 쿠바 여행 시작.



쿠바의 풍경


친구의 말이 맞았다. 


파스텔 톤의 끝 없는 건물들. 수십년전에 만들어진 형광색 자동차들. 알 수 없는 표정들의 사람들.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 노래 부르는 사람들. 시선을 두는 그곳이 바로 영화의 한 장면이였다. 쿠바사람들에게 "사진 찍어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흔쾌히 수락하는 수준을 넘어서 온갖 표정까지 다 지어주니, 너무 고마웠다.


잠시 감상을 하고 가자.





쿠바에서 드론 날리기


쿠바 입국할때 우리 멤버가 입국심사장에서 잡혔다. 이유는 드론 소지. 


우리 멤버중 세 명이 드론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압수당했다. 드론을 압수당한 멤버는 "너 출국할때 드론 돌려줄게"라는 말을 듣고 풀려났으나, 뻥이였다. 쿠바 정부는 출국할때 돌려주지 않았다. 


TIP
우리팀 드론 중에서 수화물 캐리어로 보낸 드론은 압수당했고, 기내용으로 들고 탄 드론은 압수당하지 않았다. 혹시 쿠바에 드론 가져 갈 일 있으면, 기내로 들고 타는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드론 두 개는 들고 쿠바 입국에 성공했다. 멤버 한 명은 쫄아서 쿠바에서 드론을 꺼내지도 않았지만, 멤버 한 명은 쿠바 시내에서 간/도/크/게 드론을 꺼내서 날렸다.


국가를 불문하고 드론을 꺼내서 날리면 초통령모드가 가능하다. 

태국에서 찍은 사진. 드론을 날리면, 주변 초등학생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드론을 꺼내서 날리면, 주변 반경 500m에 있는 모든 초등학생이 일제히 집합하여, "이야아아!!"를 외친다. 그리고 그 중 몇명이 의견을 리드하며, 저건 OOO이라는 제품이라고 아는척을 시작한다. 


근데 그 초통령모드가 쿠바에선 어마어마하게 발휘되어서, 드론 이륙 순간 동네 모든 초등학생이 다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쿠바 꼬맹이들이 하늘의 드론을 보고 "우와우와~!!!!!!"를 끝없이 외치니, 자연스럽게 쿠바 경찰들도 드론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 멤버는 현장에서 체포되어 쿠바 경찰서에 연행 및 구금되었다. 


우리 멤버는 길고 긴 조사 끝에 겨우 풀려났다. 

현장 체포의 경험과 맞바꾼 쿠바 드론 사진

쿠바에선 드론을 날리지 않는걸 강력히 추천한다. 




쿠바에서 인터넷 하기


정말 창의적으로 인터넷이 불편하다. 


일단 3G나 LTE등의 데이터 접속방법은 없고, 까페나 레스토랑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도 없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된다. 1995년 쯤, 누가 한국 커피숍가서 "와이파이 돼요?"라고 물으면 커피숍 사장님은 "그게 뭐여?"라는 대답을 할꺼다. 쿠바가 딱 거기에 있다. 


첫날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와이파이 되냐고 물었는데, 쿠바 사람들 모두 '난 널 도와주고는 싶은데, 니가 원하는게 뭔지 모르겠다.'라는 표정만 지을 뿐이다. 


2015년에 쿠바에 인터넷이 들어왔다고 한다. 쿠바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하기 위해선 외국인에게 개방된 인터넷 카드 판매소에 가야 한다. 인터넷 카드는 1인당 3장까지만 구매 할 수 있고, 중복 구입을 막기 위해, 여권 검사를 철저하게 한다. 이 카드는 정오쯤 다 팔리기 때문에 아침에 가서 1시간 정도 줄 서야 한다. (쿠바의 모든 대기시간은 1시간이다.) 

쿠바 인터넷 카드

이렇게 인터넷 카드를 산다고 해도, 아무데서나 인터넷이 되는게 아니다. "와이파이 공원"이라고 지정된 공원에 가야 한다. "와이파이 공원"이라는 푯말은 없지만, 그냥 길 가다 보면 안다. 온갖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핸드폰/노트북만 쳐다 보고 있으면 거기가 와이파이 공원이다. 


와이파이공원엔 충전시설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인터넷 작업이 길어질 경우, 근처에 수소문해서 와이파이가 되는 호텔 로비를 찾아들어가도 된다. (호텔도 쿠바 사람 출입 금지다. 외국인만 입장 가능)

페북친구님의 도움으로 찾아들어간 인터넷 되는 호텔

이렇게 힘들게 와이파이를 연결해도, Facebook에선 경고 메시지가 뜨고, 아마존에선 "접속 불가능 지역입니다."라고 뜬다. Gmail도 접속 거절되고, 구글 드라이브도 안된다. 뭐 그냥 미국꺼는 되는게 없다. 멤버 한명의 페이스북 계정은 정지먹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파일을 한국에서 쿠바로 전송 받았는데, 원래 파일과 쿠바에서 받은 파일이 달랐다. PDF 파일은 용량이 달랐고 문서 내용 일부가 깨져있었으며, 동영상 파일은 재생 불가능하게 변형되었다. 쿠바 네트워크 사업자가 파일을 변환하는듯. 


그래도 카톡/네이버는 된다. (갓대한민국 =b)


와이파이공원에서만 겨우 인터넷이 되니, 쿠바 길 돌아다니다가 멤버 잃어버리면 답이 안나온다. 길 가면서 카톡이나 전화가 불가능. 이럴경우엔 핸드폰 없던 시절로 돌아가서, 오직 육성에 의존해서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이걸 꼭 들고 다니자. 

워키도키요

무전기. 정말 유용하게 썼다. 




쿠바에서 밥먹기


도착 첫날에 몸이 피곤하니, 좋은 음식점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우리는 수도 아바나 번화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가격도 높은편, 분위기도 좋았다. 우리는 리조또를 비롯한 여러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리조또 첫 숟갈을 드는데, 우리가 살면서 먹어본 그 어떤 음식보다 짰다


배고파서 억지로 먹는데 1/3도 못먹었다. 쿠바 음식 대부분이 상상초월 할 정도로 짜다. 음식에 새우가 들어가 있건, 닭고기가 들어가있건, 소고기가 들어가있건, 모든 맛을 소금으로 다 덮어버린다. 파스타든, 리조또든, 쌀밥이든 모두 소금으로 덮어버린다. 그래서 반드시 음식 주문할때, "제발 진짜 정말 정말 부탁인데, 플리즈 제발 소금 넣지 마세요"라고 여러번 부탁을 해야 한다. 그래도 짜다.


방에 와서 쿠바 음식이 너무 형편없다고 투덜대니, 지인이 쿠바 랍스터가 싸고 맛있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우리는 또 즐겁게 랍스터 맛집을 찾아 갔다. 가보니 랍스타 가격이 착했다. 그래서 신나서 주문했는데, 음식 주문하고 1시간 있다가 음식이 나왔다. 맛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1인분을 더 시켰다. 그랬더니 또 1시간 있다가 음식이 나왔다.


보통 쿠바에선 음식 주문 후, 1시간을 기다려야 음식이 나온다. 쿠바 사람들은 기다림에 관대해서 어딜가나 수다떨며 웃으며 여유있게 기다린다. 하지만 한국 스타일은 아니였다. 


그 뒤로 우리는 쿠바샌드위치만 먹었다.

쿠바샌드위치가 제일 좋다

안짜고, 안달고, 음식 빨리나오는 쿠바 샌드위치. 점심도 쿠바샌드위치. 저녁도 쿠바샌드위치. 오늘도 쿠바샌드위치. 내일도 쿠바샌드위치. 떠나는날 마지막 식사도 쿠바샌드위치. 쿠바샌드위치가 짱이다.






쿠바.

쿠바친구들

드론 날렸다고 경찰에 체포되고, 인터넷도 잘 안되고, 밥도 엄청 짜지만, 쿠바 사람들 대부분 친절하고, 호의적이다. 


노트북 충전기를 흘리고 간적이 있는데, 쿠바 사람이 먼 길 돌아서 직접 찾아다 주었다. ATM기에서 돈을 약간 흘렸는데도 가져다 주었고, 사진찍는데도 모두가 협조해준다. 협조를 넘어서 포즈를 잡아주기도 한다. 음악을 다들 좋아해서, 길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거릴 걷는다. 심지어 잘 부른다. 그것만해도 여행지로 매력적인데, 진짜 매력은 30~40년전 삶의 모습을 눈으로 보는데에 있다.


도시 전체가 20세기 냉전시대에 멈춰있다. 쿠바 숙소 안의 전자제품은 모두 30년전 제품이고, 길거리 자동차도 대부분 30년전 모델이다. 쿠바 사람들은 아직도 공중 전화를 즐겨 쓰고, 아무도 코카콜라를 마셔본 경험이 없다. 쿠바에서 지내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착각이 든다. 


또한 핸드폰을 못쓰니, 약속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인터넷이 너무 불편해서, 일하는 장소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면서 꼭 한번 가볼 나라로는 강력히 추천한다. 쿠바가 더 발전해서 현대화 되기 전에 꼭 가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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