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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사자처럼 Nov 07. 2017

비용

거지와 안거지의 중간 어딘가

지금까지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세계 일주 하는데 돈 얼마나 들어?"였다. 


답하기 민감해서 그냥 "사무실 유지비랑 비슷해"라고 말을 했지만, 이번 글에서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인도네시아->호주->뉴질랜드->베트남->태국쯤 가니까, 어떤 지폐가 어느나라 돈인지도 헷갈리고, 환율 계산도 복잡해지면서 경제 개념이 무너졌다. 점점 돈이 돈같지 않아져서 돈을 편하게 쓰기 시작했는데, 이러면 안될것 같아서 우리는 팀 가계부를 적어 나갔다.


모든 출금을 기록

가계부를 적고, 통화를 하나로 합쳐서 생각하니 경제개념이 다시 잡시기 시작햇다. n개 나라를 여행할땐, 자칫 잘못하다간 부루마블 하듯 돈 쓸 수 있으니, 초반엔 반드시 가계부를 쓰길 추천한다. 


위처럼 쓰는 돈을 정리해보면 개인 부담분이랑 회사부담분이 나뉘는데, 이 글을 통해서 2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9개월간의 지출 내역을 개인과 회사로 나눠서 통계내보겠다.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1 : 밥


회사에서 빅맥지수의 21배를 매주 지원해준다. 한국으로 따지면 매주 9.2만원. 5일 근무에 9.2만원이면 하루 18,480원 꼴이라 적당 할 수 있겠지만, 지역 맛집을 찾아내면 무리해서 갈 때도 있고, 주말도 있기 때문에 개인 식비 부담 부분이 있다.


식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것이 숙소에서 조리가능 여부다. 숙소에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경우엔 아무리 물가가 비싸도 식비 지원금이 남을 때가 있다. (ex 아이슬란드)


밥 값이 떨어질때쯤에 우리 멤버 하나가 스타크래프트로 밥 내기를 제안해왔다. 고맙게도, 제안했던 그 멤버가 꼴등을 한 후 밥을 쏘는 패턴을 반복해주면서, 팀원 밥값을 굳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개발팀 A군이 9개월간 쓴 식비 지출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팀원 A군의 9개월간 개인 식비 총 합 : 1,092,906원
월 평균 개인 식비 : 121,434원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2 : 택시


식사를 하러 갈때나, 이래저리 이동 할 경우가 많은데, 개발팀 4인이 함께 움직이면 버스보다 택시가 싸서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우버/리프트의 보급으로 그 택시 비용이 많이 절감되고 있다. 


하지만 우버 이용이 힘든 나라도 많다. 태국에선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우리를 범죄자 취급을 하며 우리가 탄 우버를 세우기도 했다. 멕시코 칸쿤에서는 우버 타다가 경찰에 걸려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아이슬란드/헝가리/베트남은 우버 불가. 체코도 프라하를 제외하곤 사용이 힘들다. 


(잠시 태국이야기..)

태국에서 택시타면 바가지를 많이 씌우기 때문에, 택시기사 아저씨들의 눈치를 피해 끝까지 우버를 이용했는데, 나중엔 0) 마치 우버 기사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인척 자연스럽게 타기. 1) 길 가는 척하다가 아무도 안볼때 쑥 들어가기, 2) 우버 픽업 포인트를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잡기 등등의 스킬이 생겼다. (이 스킬들은 우버 기사가 알려준것이다)


국가별로 우버에 대응하는 현지 어플이 있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카카오택시인데, 헝가리/체코엔 taxify가 우버보다 편했고, 호주에도 goget이 프로모션 코드를 많이 뿌려서 싸게 다녔다. 그래서 우버가 안되면, 구글검색을 통해서 현지 어플을 찾아내면 좋다. 


팀원 A군의 9개월 개인 택시비 총 합 : 746,568원
월 평균 개인 택시비 : 82,952원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3 : 빨래


빨래는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얼마 안되지만, 눈에 많이 띄는 항목이다.


라스베가스에선 호텔에 묶었는데, 호텔 세탁을 맡겼더니, 티셔츠 하나 세탁하는데 4천원이나 했다. 그래서 빨래를 취소하고 옷을 뒤집어 입는 스킬을 발휘. 하지만 베가스를 제외한 지역에선 비용이 거의 안들었다. 베트남/태국에선 캐리어 한가득 빨래를 맡겨도 2천원정도 하고, 발리에서도 천원 내외였다. 어딜가든 우리나라의 빨래방에 대응하는 시설이 많아서 빨래가 어렵진 않았고, 네고도 대부분 가능했으며, 비용도 크게 들진 않는다. 


대신 주의할점은 세탁물 색이 번지는 경우가 좀 있다. 그래서 색깔별로 나눠 맡기는걸 추천. 


팀원 A군의 9개월 개인 빨래비 총 합 : 57,078원
월 평균 개인 빨래비 : 6,342원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4 : 기타


유심 : 현지 유심을 사야 하기 때문에  통신비가 한 달에 6만원 정도 들어간다. 그리고 한국 통신사 기본요금도 꾸준히 낸다. 


우리는 각자 핸드폰을 2개 들고 다닌다. 0) 글로벌 UNLOCK이 되어있는 현지 유심 폰, 1) 그리고 한국 유심이 꽃혀있는 원래 쓰던 폰. 


한국 웹서비스를 이용하다보면 핸드폰 번호를 통한 본인 인증을 하는 경우가 엄청x100 많다. Facebook이나 Google같은 글로벌 서비스에서 핸드폰 번호 인증은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데, 한국 웹서비스는 툭하면 본인 인증 페이지가 뜨면서 문자 확인을 한다. 그래서 한국 핸드폰을 버릴 수가 없다. 


팀원 A군의 9개월 개인 통신비 총 합 : 576,018원
월 평균 개인 통신비 : 64,002원 (한국핸드폰 통신사별 기본요금 포함)


옷 : 이동이 잦고 기후가 바뀌다보니 옷을 사게 된다. 다음에 또 이런기회가 온다면 아예 한국에서 출발할땐 옷 거의 안들고 출발 하고, 현지에서 계속 살 듯. 야시장에서 막 파는 옷이면 가격도 저렴하니 좋다.


팀원 A군의 9개월 개인 의류비 총 합 : 335,610원
월 평균 개인 의류비 : 37,290원


기호식품 : 담배/술 가격은 국가별로 다 비슷비슷하다. 장점이 있다면, 면세점을 한달에 한번씩 가니 기호식품은 비교적 싼 가격에 많이 살 수 있다는 점. 


이발 : 멤버 한명은 바리깡을 들고 다니고 있다. 멤버 두명은 거의 안짜르고 있다. 멤버 한명은 주기적으로 머리를 자르는데, 대부분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한편.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 총 정리하면



팀원 A군의 월 평균 부담 비용 : 312,020원



기호식품을 제외하였으며, 이발을 제외하였고, 투어도 제외하였다. 지금까지 차량을 렌트해서 투어를 세 번 했는데, 이는 주기적이지 않은 활동이라 월별 평균 계산이 어려웠다.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 1 : 숙박 및 사무실 


칸쿤 오피스

개발팀의 기준 인원은 6인이며, 서울 업무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멤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4인에서 6인으로 이동중이지만, 언제든 6명까지 커버 가능한 숙소를 잡고 있다. 즉, 아래 비용은 최대 6인까지 수용 가능한 수준의 비용이다. 


숙박 및 사무실(현지 코워킹 스페이스)이 포함된 가격이다. 만원 이하 절삭. (베트남 이전까지의 자료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발리 : 182만원 (15일 체류)

호주 : 240만원 (16일 체류) 

뉴질랜드 : 96만원 (7일 체류)

베트남 : 301만원 (56일 체류)

태국 : 345만원 (63일 체류)

미국 : 331만원 (33일 체류) 

칸쿤 : 315만원 (30일 체류. airbnb 일부 후원) 

쿠바 : 88만원 (7일 체류)

아이슬란드 : 216만원 (24일 체류. airbnb 일부 후원) 

헝가리 : 297만원 (30일 체류)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회사가 부담하는 9개월 숙박&사무실 유지비 총 합 : 2,411만원
월 평균 개발팀 숙박&사무실 유지비 : 268만원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 2 : 밥


국가별로 식비가 다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듯 빅맥지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맥도날드가 진출 못 한 쿠바는 멕시코의 빅맥지수를 썼고, 물가가 상상초월이였던 아이슬란드에선 지구에서 제일 높은 빅맥지수인 스위스 빅맥지수를 썼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지급한 식비 총 합을 내면 다음과 같다. 


회사가 부담하는 1인당 9개월 식비 총 합 : 348만원
1인당 월 평균 지급 식비 : 39만원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 3 : 비행기 


현재까지 풀코스를 완주중인 디자이너 L양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해보았다. 만원 이하 절삭.


대한민국, 인천 -> 인도네시아, 발리 : 22만원 (Air Asia)

인도네시아, 발리 -> 호주, 브리즈번 : 31만원 (Virgin Australia)

호주, 브리즈번 -> 뉴질랜드, 오클랜드 : 21만원 (Air Newzealnad)

뉴질랜드, 오클랜드 -> 베트남, 다낭 : 57만원 (Air Asia)

베트남, 다낭 -> 태국, 치앙마이 : 24만원 (Thai Lion Air + Air Asia 조합)

태국, 치앙마이 -> 미국, 샌프란시스코 : 68만원. (Asiana Airline)

미국, LA -> 멕시코, 칸쿤 : 23만원 (United Airline)

멕시코, 칸쿤 -> 쿠바, 아바나 : 9만원 (Interjet)

쿠바, 아바나 -> 아이슬란드, 레이캬빅 : 48만원 (United Airline)

아이슬란드, 레이캬박 -> 헝가리, 부다페스트 : 39만원 (Air Berlin)


회사가 부담하는 1인당 9개월 항공비 총 합 : 342만원
1인당 월 평균 항공비 : 38만원


이코노미 클래스를 제공하며, 국적기와 저가항공을 섞어서 제공하고 있다. 체력이 좀 딸리거나, 이동이 너무 힘들 땐, 개인돈 부담하여 탑승 클래스를 올리기도 한다. 수화물은 항공사 기본 무게만큼 회사에서 제공하며, 보통 기준이 20~24kg정도다. 그래서 손저울을 들고 다니면서 24kg에 딱 맞춰 무게 배분을 하고 있다.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 총 정리하면



월 평균 개발팀 유지비 : 2,680,000원 + 770,000원/1인



이 외에 여행자 보험료 등이 추가로 들 수 있다. (1인당 월 3.3만원 수준) 






이상, 개인 부담 비용과 회사 부담 비용을 통계 내 보았다.


세계여행을 떠나든 안떠나든, 식비는 원래 지출되는 비용이니 제외하고, 사무실과 항공료를 놓고 이야기 해 보자.


위 통계를 보면 숙소/사무실 비용으로 월 268만원이 지출되고, 6인기준 항공료 월 228만원이 지출된다. 즉 세계일주 개발팀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달 496만원을 회사에서 부담해야 한다. 같은 일을 서울 wework에서 한다고 해 보자. wework 역삼역점에 6인이 체류하면, 월 406만원이 필요하다. 


세계일주가 서울체류보다 한달에 90만원 비싼 셈. 


오피스 퀄리티의 기준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airbnb에서 월 268만원짜리 잡으면, wework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지금도 체코의 복층, 60평짜리 통유리 펜트하우스를 얻었다. airbnb 월결제 40% 할인 개꿀)


회사가 추가 부담하는 월 90만원이 클 수 있지만, 개발팀이 함께 이동하면서 생기는 팀웍 강화등을 생각해보면, 회사 입장에서 마냥 소비되는 비용은 아니다. 충분히 투자 할 만한, 비용적으로 먼나라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 측면 말고, 개발 멤버 본인들 측면에선 둘도 없는 즐거운 기회고. (우리팀 개발자 지원자는 모집 공고 일주일만에 100명이 넘었다)


개발팀 수가 이보다 더 큰 사이즈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리도 모르겠다. 4인에서 6인 사이즈가 딱 적당한것 같다.



우리는 지난주에 돌림판을 돌려서, 카타르/크로아티아/체코중에 갈 나라를 선택했고, 체코가 당첨됐다. 엊그제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프라하에 고추장 사러 다녀오기 내기를 했고, 제일 나이 많은 개발자가 강제 프라하 여행에 당첨되었다. 

내기에 져서, 고추장 사러 가야 하는 프라하

내일은 아마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어떻게 놀지 정할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놀 방법을 정하고 있고, 그 설렘을 가득 안고 2-3주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금 방식이 너무 즐겁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서울과 회의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며, 항공료도 대폭 싸지고, airbnb, uber등 각종 편의서비스가 대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비트코인등 국경없는 화폐가 등장하는 요즘 시대에, 서울체류를 고집 할 이유가 없다는게 우리팀 생각이다. 


그런 즐거움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회사에서 월 90만원을 기꺼이 추가 지불 하고 있다. 


우리팀의 비용을 노출하는것이 좀 부담되긴 했지만, 혹시라도 비슷한 플랜을 가지고 있는 개발팀에게 도움이 될 까 하여 작성하여 보았다. 업무 문화를 바꾸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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