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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사자처럼 May 15. 2017

세계 일주 프로그래밍의 결심

노트북만 들고 세계를 돌면서 생산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비영리로 "대학생 대상,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고 있다.


2013년, 할 일 없이 빈둥대던 중, 새 직장 구할 때까지 무료함을 달랠 생각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작했다. 잠깐만 하려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당연히 수업료는 무료.


그래서 첫 해엔 30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했는데, 2016년엔 1,000명이 넘는 학생을 교육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한국/미국/일본/홍콩/호주 등 해외에서도 진행하게 되었다. 사이즈가 커지다보니, 어느덧 개인 몇명이 취미로 커버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2015년도 멋쟁이 사자처럼 3기. 2016년도 4기는 이 규모의 2배가 넘는다.


우리는 "여기서 그만두던지, 아니면 매출을 만들어서 성장하던지 결정하자."에 대해서 오랜기간 고민했다. 그 결과 "박수 칠 때 떠나자"라는 생각으로 2016년 3월에 해산을 결정했고, 대외적으로 공지를 했다.


"올해가 우리의 마지막입니다ㅠ"


천명 넘는 학생을 동시에 가르치다보면, 별의 별 이슈가 다 발생한다. 그 이슈가 생기는 속도는 학생 수 제곱에 비례하고, 이슈 해결 속도는 운영진 숫자에 비례한다. 즉, 해가 갈수록 해결 못하는 이슈가 늘어났고, 따라서 조금씩 단체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 단체를 더 끌어봤자 좋은 결론이 안날것 같았고, 지금이 딱 "박수 칠 때"라고 생각했기에, 위와 같이 공지를 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Google Impact Challenge에 1등을 했고, 과분한 상금을 받았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만하기로 마음먹은 마지막해에 갑자기 경사가 터진것이다.


Google Impact Challenge. 1등해서 엄청 기뻤는데, 뒷 수습이 안되던 상황.


"야.. 이거 상금 어쩌냐.. 너무 많이 받았는데.."


"아.. 음.. 끝장 봐야 하지...않.....않을까?..."


"이미 더 안한다고 얘기 했는데....-_ㅠ?"


"이거 계속 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논의 끝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공지를 했다.



"우리는 프로그래밍 교육에 뼈를 묻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반강제적 스타트업을 시작했다ㅋ (feat. Google)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무실을 구하는것. 


스타팅 멤버들의 동선에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다보니 위치는 자연스럽게 강남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강남에 쓸만한 사무실을 구하려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써 봤는데, 불필요하게 "이게 IT 스타트업 SWAG이야!"를 강조하는 느낌이 불편해서 나왔다. 가격도 결코 싸진 않았다.


그 때 무심결에 뱉은..


"야. 비싸다. 강남에 사무실 구할 돈이면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일하겠는데?"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말이 현실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노트북만 들고, 프로그래밍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했다.






처음엔 "와 대박이다! 어떻게 이런생각을 했지. 일 하면서!! 돈 벌면서!! 세계 일주라니!!! 그것도 개발 멤버들 통째로!!!!"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디테일 플랜을 하나하나 짜다보니, 이게 보통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다.


0) 가장 걱정되는건 건강이다. 개발 멤버가 한 번 이상 아플 확률은 100%에 가까우니,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 한다. 각종 보험을 들고, 감기약/위장약등은 챙기겠지만, 그것 또한 정확한 솔루션은 아니다. 반드시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 약들도 있기 때문에, 준비가 완벽할 수도 없다.


1) 그 다음 걱정되는건 생산성이다. 어쨌든 우리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고, 놀려고 간게 아닌 이상, 높은 생산성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비행기/기차로 인한 피로도도 무시 못할테고, 지속적인 기준시 변경도 큰 걸림돌이다. 매번 업무 장소(인터넷이 되는곳)을 찾는것도 일이다. 또한 여행으로 쌓인 작은 감정들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적어도 한국에 있을때에 비해서 생산성이 낮아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라고 굳게 다짐을 했지만, 솔루션은 아니다.


2) 마지막은 가성비다. 그냥 얼핏 생각해도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는데, '이런 비용을 투자하면서 갈 가치가 있느냐'는 끝까지 생각했던 고민중의 하나다. 회사 입장에선 이 비용으로 슈퍼 개발자를 채용하는게 더 유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진지하게 중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나는 처음 꽂혔던 생각을 얼마만큼 끌고 나가느냐가 그 사람의/그 팀의 능력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중단은 없이 진행은 하되, 무조건 달려들기보단,  "일단 한번 연습을 해보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이 연습을 통해 생산성과 비용등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세계일주 연습을 준비하던 중, 엄청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강남구 테헤란로 한가운데 있는 멀티캠퍼스에서 우리에게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해주겠다고 제안해왔다. 그토록 원하는 "강남의 사무실"이다. 댓가가 있을거 같아서 여러번 확인하였으나, 말 그대로 댓가없이 사용을 허락해준다고 하였다.


멀티캠퍼스 사장님과 이사님께서 직접 미팅에 참여하셔서 사무실을 주신다고 약속을 하셨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럴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우리는 너무 과분한 대접을 많이 받는것 같다. 몸둘바를 모르겠어서 감사하다고 여러번 말씀드리고 나왔다. 진짜 필요하던 너무 소중한 사무실이였다. '하늘이 돕는다.'는 기분이 이런 느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멀티캠퍼스에서 제공받은 사무실 창 밖


"멀티캠퍼스에서 너무 고마운 제안을 줬어. 놓치는건 말이 안돼. 근데 사무실 받으면, 우리는 서울에 계속 있어야 할텐데, 그럼 세계여행은 어쩌지.."


"내가 남을게ㅠ"


"왜 너만 남아! 남을꺼면 다 같이 남아야지!"


"아냐, 난 남아서 한국 일처리를 해야 할 거 같아. 넌 출발해."


"괜...찮겠어?"


"ㅠㅠㅠㅠㅠ 안그래도 원래 남으려고 했어. 한국에서 일거리 많은거 알잖아."


그렇게 눈물의 결정을 하고, 운영팀은 한국에 체류하기로 했다. 개발팀만 세계일주 떠나기로...






눈물의 결정을 내리고, 세계여행 개발 연습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개발 연습을 통해서 우리 개발팀 능력을 점검하고, 타지에서 생산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확인 해보고, 소비되는 비용의 규모도 확인 하고자 했다. 우리는 딱 일주일만에 끝낼 수 있는 규모의 IT 서비스를 기획했고, 세계 여행 첫 장소는 태국 파타야로 정했다.


우리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더라도 작업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개발팀 전원이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운영팀에 미안한것도 있어서, 연습땐 운영팀도 같이 동참했다.)


운영팀/개발팀으로 구분하지만, 회사 전체 인원은 이 6명이 전부다



그렇게 떠난 파타야에 느낀점은.. 한마디로..



표정이 모든걸 말해준다


"와...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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