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사자처럼 May 30. 2017

프로젝트 파타야

개발팀 통째로 파타야에서 일주일간 일하기

(1부에서 이어짐)


우리는 본격적으로 세계 프로그래밍 여행을 시작하기 앞서, 해외에서 1주일간 연습을 해 보기로 했다.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계속 걱정이 앞섰다.

손발이 잘 맞는 팀이라도 환경이 급변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손발을 맞춰본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는 이제 막 생긴 회사고, 멤버 대부분 이 회사가 첫 직장이다. 아직 대학교 졸업 안한 멤버도 둘이나 있다. 시작 할 때 우리 모습은 대학교 조별 프로젝트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려움이 많이 생기더라도 그 어려움을 극복할 의지가 있고, 그 극복하는 시간을 견뎌낼 인내력이 있다면, 최종 결과는 해피엔딩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걱정을 좀 덜긴 했지만, 어찌 될 지는 여전히 예상이 어려웠다. 그래도 부딪혀 봐야 결론이 날테니, 부딪혀 보기로.






처음엔 비용 때문에, 제주도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제주도도 해외긴 해외니까!) 


때마침 우리가 제주도에서 프로그래밍 수업도 열게 되서, 일하는 환경도 괜찮겠다 싶었다. 우리는 곧장 제주도 숙소를 알아보고, 일 할 장소도 알아보는등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제주도에서 진행한 프로그래밍 교육


하지만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하면서 제주 프로그래밍 수업이 두 달 가량 딜레이되었다. 우리는 제주도로 바로 출발하는게 힘들어져서 국외로 눈을 돌렸으나, 예산을 두 배 잡아야 하는걸 깨닫고 국외로 갈 마음을 접었다. 현실적으로는 짐을 풀고, 두달 후에 다시 제주도로 출발을 하는게 맞으나, 이미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선뜻 짐을 풀기 또한 어려웠다. 


회사에 돈이 좀 있었으면 국외 출발을 쉽게 결정 했을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거지였다. Google Impact Challenge에서 1등을 수상했을 때, 우리는 수상 바로 다음날 상금이 입금 될 줄 알고 너무 일을 크게 벌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웃긴다ㅋㅋ 실제론 1등 수상 뒤엔 기가막히게 수 많은 서류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냥 출격해버린 꼴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거지상태로 출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다 우리가 상금을 처음 받아보는 사람들이라서 그렇다. 


정말 노답 상황이였는데, 그 노답 상황에서 천사가 나타났으니!!


본 파탸야 프로젝트는 아산나눔재단과 airbnb의 후원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아산나눔재단#에어비앤비#아산나눔짱#airbnb짱#숙박비감사합니다#너무잘썼어요#행복합니다#숙박비큰걱정이였는데#너무감사합니다#airbnb#MARU180#만세


아산나눔재단과 airbnb에서 숙박비 후원을 해 줬다. 당연히 예약은 airbnb에서 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이 많이 줄어서 국외로 출발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숙소도 좋은데로 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음 편히 태국행 비행기를 끊을 수 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우리가 여길 간다고?


이렇게 또 신세를 졌다. 

감사함을 표현해야 할 분들이 한두분이 아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고고!!


이제 진짜 출발이다.





태국 파타야에서 일주일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Day 0. 월 : 출/입국. 현지 생활 적응. 시차(두시간?)적응. 첫날부터 일하진 말자. 

Day 1. 화 : 자기소개 하기. 우리가 함께 만들 프로젝트 기획하기!

Day 2. 수 : 개발 하기 : UI는 같이 정하기

Day 3. 목 : 개발 하기 

Day 4. 금 : 개발 마무리!! (과연될까?)

Day 5. 토 : 놀기!!!!!!!!!!!!

Day 6. 일 : 마무리 회고 및 귀가.


여기서 놀라운건 화요일에 있는 "자기소개"시간이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2016년 8월에 구글로부터 큰 상을 받고 조직된 팀이다. 멤버들이 이제 막 조인한 팀. 팀웍을 맞춰보지 못한 팀. 호칭도 불분명한 팀. 어색해지는게 싫어서 말을 안하는 단계. 그래서 더 어색한 단계. 침묵의 시간이 불편해서 "저 먼저 일어나볼게요"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단계. 존댓말 써야 하는지 반말 써야 하는지 모르는 단계.


어색한 우리는 어색한 회의를 통해 위와같이 일정을 정했고, 어색한대로 진행 했다.






Day 0. 월요일.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각자 검색 중. 우버가 답이였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한 뒤, 짐 풀고 뻗었다. 

계획이 없었으니, 계획대로 안된것도 없었다ㅋㅋㅋㅋㅋㅋ






Day 1. 화요일. 


우리가 만들 IT 서비스 기획을 했다.  


디자인 시안. 멤버중에 연대 출신이 두 명이나 있어서, 연대가 고대보다 앞이다.


기획으로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 중 "멋쟁이 사자처럼 학생 2천명의 유저 데이터를 담당하는 백엔드 서비스"와 "대학 강의 평가"가 최종 후보로 올랐고, "대학 강의 평가"가 최종 선택되었다. 


본인은 "서울대학교 강의평가"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유지중이다. 친구들과 같이 학부 시절에 만들었는데, 성공을 주로 경험한 서울대 교수들을 익명으로 비판하는 싸이트는 당시 서울대 학생들에게 큰 반응이 왔다. 그래서 아주 짧은 기간동안 서울대생이 다 쓰는 서비스로 급성장 했다. 이 기간은 내 인생 최고의 즐거운 순간들이였다.


서울대 강의평가 서비스 오늘자 캡쳐화면


하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본인이 대학교를 떠난 후, 회사 생활 틈틈이 노력을 부었으나, 여러 한계에 부딪히며 최근 2-3년간 운영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았고, 본인의 해명/설명도 적절하지 못해서, 서울대생들에게도 큰 원망을 샀다.


개인이 계속 들고가기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싸이트 내릴수도 없다. 어떻게든 좋은 인수자를 찾아서 넘겨야 하는데, 믿을만한 팀도 못찾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이 프로젝트 자체를 멋쟁이사자처럼에서 진행하면 좋을것 같았다. 멋쟁이 사자처럼대학 강의 평가 모두 대학이라는 큰 공통점이 있으니 케미도 잘 맞을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정리했고, 하루종일 기획안을 작성하느라 가장 중요한 자기소개는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어색하게 파타야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각자 딴짓중ㅋㅋ






Day 2. 수요일, Day 3. 목요일, Day 4. 금요일


기획이 다 마무리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다같이 모여서도 작업 하고

 

개발팀만 따로 모여서 회의도 하고


불편하면 소파에 앉아서도 개발한다


3일만에 다 끝날거라고 예상은 안했지만, 너무 신기하게 굵직굵직한것들은 3일안에 다 끝났다. 


이때 개발을 진행하면서 발견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0) 내가 하루에 얼마나 일하는지 당췌 가늠이 안된다.


회사를 출퇴근으로 다니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을 한다. 그렇게 업무시간의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을 바탕으로 일을 적게했는지/많이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해외를 싸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려니, 업무 시작 시간이 엄청나게 랜덤이다. 종료시간도 슈퍼 랜덤이다. 따라서 일을 한게 많게 한건지 적게 한건지 가늠이 어렵다. 또한 언제 놀아야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기준을 잡기도 어렵다. 


우리는 일 한 시간에 대한 기록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업무 시간을 보스나 동료에게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업무 시간을 남에게 공유 할 이유도 없으며, 계획도 없다. 단지 스스로 업무 효율성이 괜찮은지 나쁜지를 측정하는데에는 "쏟아부은 시간"이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기록을 하려는 것이다. 


몇 주 뒤, 이 문제에 대해선 우리만의 방법으로 해결을 했다. 이 토픽에 대해선 향후에 따로 꼭지를 잡아서 글을 쓰겠다. 



1) 맨날 똑같은 사람 보는게 지겹다.


생각보다 크리티컬하다. 중간중간에 성형 수술을 할 수도 없고ㅠ 이건 해결 방법이 없다. 7일간만 붙어 다녀도 지겨웠는데, 1년 가까이 어떻게 지내지-_-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따로 지내자."라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다. 다들 서로가 지겨웠나보다ㅠ 내 얼굴이 지겨운건가ㅠㅠ



2) 음식이 안맞는다.


파타야 음식 핵 노맛ㅠ 가격은 정말 착한데, 멤버들 대부분 고수(태국 풀잎)에 적응이 안된 상태였다. 하지만 태국 음식엔 대부분 고수가 뿌려져 있고, 향신료가 들어가 있으니,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걸 교훈삼아 우리는 본격 세계일주를 시작 할 때, 소고기 볶음 고추장을 100튜브 싸들고 가게 되었다. 고수 향기 따위! 고추장으로 다 비벼버렸다.


그리고 백업 플랜으로 다음과 같은 사진을 핸드폰 앨범에 넣어놓고, 음식 주문마다 보여줬다.


이건 완전 필수 사진


고수 빼주세요.



그거와 별개로 "회사가 얼마의 식비를 제공하느냐"도 큰 이슈였다. 국가별로 음식가격의 평균도 다르고, 아침 제공여부도 숙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견이 나왔고, 길고 긴 회의끝에 "국가별 빅맥 지수의 21배를 매주 지급한다"로 결정지었다. 



3) 놀다가 업무 복귀시 집중력이 거의 바닥이다.


3일간을 집중 개발 기간으로 잡았지만, 밥먹고 개발만 한건 아니다. 


수영장 짱


폭풍 일하다가 수영복 갈아입고 물놀이를 했는데, 처음엔 천국을 경험했다. 세상 어느 회사가 일하다 말고 수영을 할까. 이게 바로 천국에서의 삶이야!! 라고 모두가 감탄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수영을 마치고 급격한 집중력 저하가 찾아왔다. 주체 못할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서 업무 중간에는 놀지 않기로 결정 했다. 


이와 비슷한 이슈로 월요병이 있다. 주말에 정신 못차리고 신나게 놀다가 월요일을 맞으면, 한국에서 경험하는 월요병과는 클래스가 다른 나른함이 발생한다. 일은 안되는데 어쩔수 없이 책상에 앉아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정했다.


주중/주말 이라는 개념을 없애자.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서 요일 개념 자체를 없앴다. "우리는 Product를 완성하는데 우리의 모든 시간을 집중한다"라는 강력한 신뢰 아래에 대한민국 법정 공휴일을 싸그리 무시하고, 쉬는날을 우리끼리 정하기로 했다.


또한 세계 일주를 하다가 너무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게 될 경우. 아무런 이유없이 혼자 떠나는 날을 월 1.5회씩 갖기로 했다. 



4) 잠드는 시간에 대한 브레이크가 없다.


비록 우리는 어색했지만, 매일매일이 엠티였다. 

우리는 비록 서로가 서로에게 지겨워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이 엠티였다. 


일단 밤 10시에 당구로 시작했다.


신촌에서 당구만 쳤다는 강선생


그리고 윳놀이를 했다 .


윷놀이가 이렇게 잼있는지 몰랐다


밤 11시부터 시작한 윷놀이는 새벽 1시가 되어서 끝났고, 새벽 1시에 벌어진 포커판은 새벽 3시가 되어야 끝났다. 그래도 흥이 남아서 달무티를 하고, 루미큐브를 하고, 다빈치코드를 하고 잠이 들었다. 당연히 다음날 정오가 되어야 하나둘씩 업무를 시작했다. 


다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아직은 서로가 친해지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별도 액션은 없기로 했다. 오히려 더 놀기로. 



5. 한국에서 못보던 생명체가 너무 많다.


충격적인 크기의 생명체가 너무 많다. 

태국 바퀴벌레는 어마어마했고, 이어서 방문한 호주 바퀴벌레도 쩔었다. 박쥐가 하늘을 덮는 도시도 있었고, 쥐들이 줄지어 다니는 동네도 있었다. 그들의 출몰지역도 정말 다양했다. 샤워하는데, 벽에 주먹만한 벌레가 붙어있던걸 발견하고 그대로 얼어버린적도 있다. 그리고 태국은 동네개가 너무 많다. 


바퀴벌레 잡기 너무 힘들다


벌레에 적응하는건 불가능 할 것 같다. 여전히 벌레는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가 파타야에서 경험한 문제점은 크게 위 여섯가지다. 


하나하나 토픽에 대해서 모두 경험으로 부딪히고 솔루션을 찾으려니, 다들 고생이 많았다. 지치기도 많이 지쳤을 것이다. 개발하는 시간보다는 토론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과 논의가 향 후 있을 수개월짜리 세계여행의 큰 뼈대를 형성 할 것이기 때문에 지치는 마음을 붙들고 끝장 토론을 이어나갔다. 


다른 팀 사례도 거의 없다보니, 우리의 경험과 논리로만 결론을 뽑아야 했고, 그러다보니 논의 중 이야기가 계속 도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긴 이야기 끝에 다음 세 가지 필수 책임을 정했다.


멤버는 자신의 주요 상태(건강등)를 주기적으로 공유 할 책임이 있다.

멤버는 다른 멤버가 불쾌감을 느끼는 행동과 언행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멤버는 본인이 불편한 점과 불쾌한 점을 확실히 표현 할 책임이 있다.




너무 문제점/걱정 위주로 썼는데

사실 이 모든걸 극복하는 좋은점이 다음과 같이 하나 있다. 



너무 잼있다!






Day 5. 토요일.


그리고 마지막날 드디어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역시 개발자들의 발표는 허접하기 그지 없었고, 디자이너들의 발표는 슬라이드부터 쩔었다. 


자기소개시간!ㅋㅋ


말은 나이에 맞게 높이고/낮췄고, 호칭은 모두 형/누나/오빠/언니로 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 속이 다 시원해짐을 느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다 같이 놀러 나갔다.


해가 뜬다. 바닷가에서 카메라 굴리다 보니 렌즈에 먼지가 한가득ㅠ


이래저래 정신줄 놓고 놀다보니 해가 떴고. 그렇게 우리의 파타야 프로젝트는 마무리 되었다.






Day 6. 일요일.


한국으로 복귀. 


아직 서로에 대한 지나치게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서 "팀 갈등을 두려워 하지 말자."라는 추가 다짐을 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걱정을 안고 출발했는데, 세계 개발 여행을 떠나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팀이 완벽하진 않지만, 성장하려는 의지가 명확했고, 이런 기회의 소중함을 모두가 공감했다. 

무엇보다 팀 안에 문제가 발생 했을 때, 원상태로 돌아 올 수 있는 복원력이 이 팀에 존재함을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전체 회고를 하고, 나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자 떠납시다.
돌아올 땐 완성된 product를 들고 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첫 목적지로 "발리"를 찍었다.


발리 진짜 죽인다!!


(발리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마지막으로 파타야에서 작업한 Product의 일부를 공유한다. 


아직 서비스 시작은 안했다. 아마 2017년 7월쯤, 2학기 수강신청 시즌에 오픈하지 않을까 한다. 

내용물은 의미없는 더미 텍스트로 채워져 있지만, 기능은 모두 동작한다.


파타야에서 만든거 구경하기 클릭 




작가의 이전글 세계 일주 프로그래밍의 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