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버 Apr 30. 2024

4월 30일. 킴의 악몽: 사이공 함락

오늘의 뮤지컬, <미스 사이공>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의 군대가 남베트남 대통령궁으로 들어가면서

베트남 전쟁이 막을 내렸습니다.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후 남북으로 분단된 베트남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길고도 복잡다난한 전쟁을 겪었습니다. 남베트남과 북베트남 사이의 전쟁이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전쟁이기도 했던 이 전쟁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군이 개입해 참전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전으로 양상이 확대되고 말았습니다.


이 전쟁은 앞서도 말했다시피,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나는데요.

사이공 함락 전, 남베트남이 패전할 것이 거의 분명해져가는 것을 본 미국은 남베트남에 체류 중이던 미국인, 제3국 국민, 그리고 위험에 처한 남베트남 국민들을 구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의 마지막 작전은 헬리콥터를 띄우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1975년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약 7천명에 이르는 사람이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 사건은 한 뮤지컬에서 무대에 구현되어 손꼽히는 명장면이 되었는데요.






그렇습니다. 그 작품은 바로 흔히들 4대 뮤지컬의 하나라고 잘못 알고 있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입니다.

사실 세계 4대 뮤지컬 같은 것은 없습니다.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4개의 대표작을 가리키는 것이 한국에서 이렇게 전해진 것인데요.


198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후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되었고, 당시 초연의 여자주인공 킴 역할을 맡았던 레아 살롱가(2월 22일에 만나보았죠!)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주기도 한 작품이니 이 작품의 명성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그런 오해가 생길 법도 합니다.








오늘의 장면을 보기 전에 이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두 문단 정도 넘기셔도 좋습니다.)




베트남 전쟁 중이던 사이공에서, 미국 군인인 크리스는 클럽에서 바걸로 일하고 있던 킴이라는 소녀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시작한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킴은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 투이를 두고 크리스와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군의 철수가 결정되면서 크리스만 미국으로 떠나게 되고, 킴은 혼자 남게 됩니다.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한 채였죠.

이후 베트남은 공산 국가로 통일되고, 미군에 협조했다는 죄로 고난 속에서 매일을 보내던 킴에게 베트남 정부에서 자리잡은 투이가 찾아와 킴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그러자 킴은 투이를 죽이고 달아나요. 한편 크리스는 킴이 죽은 줄로 알고 미국에서 결혼을 해 살다가, 킴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찾아갑니다. 킴은 그에게 아이인 템이라고 데려가 달라고 애원합니다. 하지만 크리스의 아내가 원치 않았고, 킴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보내고자, 자살을 합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플롯은 푸치니의 오패라 <나비부인>에서 따온 부분이 많지만 이 작품의 직접적인 발상은 아래의 사진에서 왔다고 해요.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가 아이를 미국인 아버지에게 보내는 사진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명성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극중 인물이 처한 상황 등을 봤을 때 성차별적,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든 것이죠.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이기는 하더라도 전쟁 자체의 무의미함과 아메리칸 드림을 풍자하고 있기도 하고, 전쟁 후 생겨난 '부이도이'(베트남 여인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전쟁고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실제로 이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등장하는 인물은 크리스와 킴이 아닌, 엔지니어와 템이죠.

(*엔지니어: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 어머니에게 손님을 데려다주며 살아온 인물로, 'The American Dream'이라는 넘버를 부름)











이렇게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아온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지만

이 작품의 아름다운 음악과 무대 연출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을 텐데요.


그중 한 장면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 합니다.







오늘의 글의 시작에서 소개한 장면입니다.



뮤지컬 무대에, 실물 크기의 헬리콥터를 과연 어떻게 가져왔다는 것인지,

오늘은 넘버 가사 없이 장면으로 바로 만나봅시다.




https://youtu.be/pbIFBHTq0KM?si=-1rAsuG_TGPixlyT

매거진의 이전글 4월 23일. 무적의 기사, 라만차의 돈 키호테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