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 - 연광철과 선우예권
삼월 십 칠일 일요일 오후 다섯 시에 예술의 전당에서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연주했다. 일 부에서 연광철은 시인의 사랑을 불렀고 인터미션 후 이 부에서 선우예권이 ‘다비드 동맹 무곡’을 연주했다. 다시 연광철이 나와서 가곡집 리더크라이스 중 ‘내 고뇌의 아름다운 요람’, 레나우의 시에 곡을 붙인 ‘나의 장미’ 그리고 '헌정'을 불렀다.
앙코르곡으로 선우예권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Morgen을 피아노를 위해 편곡된 곡으로 연주했고 연광철이 뒤이어 나와서 슈만의 ‘그대는 한 송이 꽃’를 애절하고 달콤하게 불렀다.
연주회 내내 선우예권은 연광철의 그림자처럼 연주했다. 노래를 돋보여주되 절대 나서거나 튀지 않았고 호흡이 착착 맞았다. 앙코르곡도 가곡을 편곡한 것으로 고르다니 센스 있다.
연광철은 연주가 끝나고 무대 뒤로 들어갈 때마다 선우예권의 손을 꼬옥 잡고 들어갔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운채로.
연광철의 슈만은 깊고도 감미로웠다. 성악은 몸이 악기라서 쉬지 않고 트레이닝해야 하는 것이고 계속 무대에 서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그는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진지하고 겸손한 두 음악가가 만드는 따뜻함에 푹 젖어들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우예권은 늘 도전적인 선곡을 하고 자기만의 공기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소름 끼치는 기교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기 빨리는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고 담담히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음악가이다. 난 그의 연주를 듣고 나면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된다.
연광철의 목소리와 표정과 몸짓에서 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는 진중하면서 겸손한 사람일 것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를 통해 만났던 바그너의 곡들과 독일가곡 그리고 우리 가곡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치였다. 여러 피아니스트가 번갈아가며 반주를 했지만 난 선우예권의 반주가 제일 좋다. 최악은 김선욱이었다.
선우예권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있어서 오히려 빛났고 김선욱은 반주자가 아니라 독주자인양 피아노를 두드려서 공연을 망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광철의 모습은 한결같아서 그의 내공은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펼쳐내는 놀라운 음악가이다. 그의 다음 연주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