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무거운 결과물의 힘

by 전우성

서점에 가거나 소셜미디어 피드를 넘기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바야흐로 브랜딩 전문가, 마케팅 고수들의 전성시대다.


그분들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브랜딩의 본질을 논하고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대단한 철학을 얘기하기도 한다. 진정성, 고객 경험의 본질하며 쏟아내는 그분들의 문장은 매끄럽고 그럴듯한 인사이트로 가득 포장되어 있다. 팔로워들이 그들의 말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그들은 순식간에 업계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는 비단 브랜딩이나 마케팅 필드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이 씬에 몸담아 온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저 분 누구지?"


냉정하게 말해 진짜 실력자는 숨어 있어도 이름을 알 수 있다. 업계는 생각보다 훨씬 좁아서, 정말로 주목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었던 사람이라면 내가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다. 설령 나는 모른다 해도 내 주변의 누군가는 반드시 그를 알고 있어야 한다. "아, 그 프로젝트했던 그 사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추앙받는 자칭 전문가들의 뒷조사(?)를 해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들려오지만) 실상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화려한 이론 뒤에는 정작 내세울 만한 그들만의 소위 '대표작'들이 없다.


애플이나 나이키 수준의 브랜딩을 논하지만 정작 본인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흐지부지 끝났거나 혹은 실무의 치열함은 겪어보지 않은 채 책에서 본 지식을 자신만의 언어로 읊는 경우가 태반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것은 요즘 시대에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선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과 없는 말 잔치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고 말로만 자신을 포장하는 것은 시한폭탄과 같다. 언젠가는 분명 들통나기 마련이다. 함께 일해본 동료들은 알 것이고, 결국 그들을 고용한 클라이언트도 알게 될 것이다. 화려한 언변과 달리 손에 쥐어지는 결과물은 보잘것없다는 것을.


진짜 고수는 자신의 철학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내민다. 그 안에 담긴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압도적 결과들이 그의 실력을 대신 변호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만 앞세우는 분들은 우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언변과 '좋아요' 숫자에 주눅 들어도 안된다. 결과물이 없는 전문가는 결국 허상일 뿐이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가 당신을 증명한다. (You are what you do, not what you say you'll do.)"


칼 융 (Carl Jung)이 한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오직 나만의 결과물로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치열한 현장에서 동료들에게 "역시 OOO님!"이라는 진짜 인정을 받는데 더 주목해야 한다.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지만, 그 가치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실체다. 나라는 브랜드의 실체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내 손끝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시장에서 실력자는 결국 결과로 보여주고 결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