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우성 Aug 31. 2021

핵심경험 중심으로 서비스 개편하기

라운즈(ROUNZ) 브랜딩 #5

 

제품이 좋으면 브랜딩은 자연스럽게 된다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남들도 다 좋은 포인트가 좋다면 사용자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 수 없기 마련이다. 대안이 많으니깐. 그래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무엇을 강점으로 정의하고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제품을 설계함에 있어 어떤 것을 강점으로 먼저 보여줄지는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에 따라 제품의 모습도 180도 달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깊게 들어가 보면 브랜딩의 영역으로 귀결된다. 즉 어떤 것을 핵심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앞서야 온전히 제품의 강점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라운즈의 사례로 이것을 얘기해보기로 하겠다. (아래 내용 일부는 이전에 기술한 라운즈 핵심경험의 정의에 대한 내용의 일부를 다시 기술한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라운즈 서비스를 들여다보며

라운즈에 합류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현재의 서비스에 대한 이해다. 그래서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라운즈의 서비스를 면밀히 훑어보았다. 우선 라운즈의 업의 형태를 먼저 들여다보았다. 라운즈는 100여 개의 브랜드와 4천여 개의 안경을 판매하고 있는 안경 쇼핑몰이다. 그렇다. 이곳에서는 온라인으로 안경과 선글라스를 판매한다. 이미 안경과 선글라스의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라운즈의 형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쇼핑몰이었다. 그간 고객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도 다른 쇼핑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운즈만의 강점

그렇다면 수많은 안경 쇼핑몰 중에서 라운즈의 강점은 무엇일까? 쇼핑몰의 형태, 그리고 그것의 개성 측면에서는 아쉽게도 당시 이 브랜드만의 강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라운즈는 A.I. 기술에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이 실제 안경을 써보지 않아도 앱 상에서 다양한 안경을 가상으로 직접 써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훌륭한 기술이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안경을 고르고 써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상착용 기능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여럿 있지만 라운즈의 퀄리티는 그들이 제공하는 퀄리티 이상이었다. AR로 안경을 구현하는 기술, 실제 내 얼굴을 분석하여 그것을 실제처럼 착용하게 하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라운즈는 이 기능을 쇼핑몰의 부가 기능으로만 활용하고 있었고 타 커머스와 같이 안경 판매에 대부분을 집중하고 있었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

아직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아니 낮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그래도 만약 이 브랜드가 세상에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함을 느낄 부분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라운즈가 세상에 없다고 사람들이 안경을 온라인으로 사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라운즈에서 제공하는 우수한 퀄리티의 실시간 가상피팅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온라인 쇼핑에서의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답이 나온다. 고객들은 이쁜 안경을 온라인에서 이미지로는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실제 나에게 어울리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라운즈 이전에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 안경을 안경원에 방문하여 직접 써보는 길 뿐이다. 하지만 내가 온라인에서 본 그 안경이 안경원에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브랜드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단지 다양한 안경을 살 수 있는 쇼핑몰이 아닌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안경을 기술을 통해 미리 써 볼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안경 쇼핑몰이라는 것이다. 라운즈의 브랜드 슬로건이 '세상에 없던 안경 쇼핑'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브랜드 핵심 경험의 정의

그렇다면 고객들은 라운즈를 통해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해야 할까? 즉 이 브랜드만의 핵심가치이자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핵심경험은 무엇일까? 이는 앞서 고민해 본 내용들을 통해 명확해졌다. 그것은 바로 라운즈만의 기술, 즉 실시간 가상피팅 기능이다. 즉 사람들이 라운즈라는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야 하는 키워드가 바로 이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라운즈만의 핵심 가치이자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핵심경험이다. 이렇게 라운즈의 핵심경험을 명확히 정의했다. 정의라기 보단 선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핵심경험을 정의하였다면 우리의 제품(서비스, 정확히 얘기하면 라운즈 앱)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핵심경험을 브랜드의 첫 경험으로  

핵심경험을 정의하고 나서 서비스를 돌아보았을 때의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것이 서비스의 부가기능으로만 제공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AR을 활용한 실시간 가상피팅 기능은 iOS에만 사용이 가능했고 안드로이드에선 사진에 안경을 씌워보는 형태로만 제공) 그래서 이것을 부가기능이 아닌 라운즈의 첫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위해선 라운즈앱과 웹의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했다. 웹은 지금처럼 쇼핑몰의 형태를 유지하되 앱의 경우에는 라운즈 앱을 열었을 때의 쇼핑몰의 모습이 아닌 이 기술을  랜드의 첫 경험으로 바꾸고자 했다. 즉 브랜드의 첫인상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브랜드에 대한 기존과 다른 인식을 만들 것이다.


핵심경험의 확대  

이 경험을 두 가지 측면에서 확대하고자 했다. 첫째는 안드로이드에서도 AR 실시간 가상피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시간 가상피팅을 라운즈의 핵심 경험으로 정의한 이상 안드로이드 유저와 아이폰 유저의 경험은 동일해야 한다. 누구에게라도 라운즈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같은 경험을 주어야 한다.


또 하나는 가상피팅 기능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다. 즉 기능 자체의 업데이트다. 내 얼굴을 분석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추천하는 기능과 가상피팅 화면 내에서 다양한 안경을 써 볼 수 있는 탐색 기능을 붙여 가상피팅 경험을 더 풍부하게 확대시키는 것이 이것이다. 이것은 타사에 비해서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시장 내에서 가상피팅 기술의 독보적인 제공을 우리가 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이 경험을 더욱 뾰족하게 만들어서 남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고자 했다.


결국 단점을 보완하기보단 강점을 더욱 날카롭게

내가 애정 하는 책 중에 '디퍼런트(문영미 저)'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모든 기업들이 자신의 강점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는데 더 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모든 기업들이 단점만 보완하려 한다면 세상에는 모두 비슷한 제품들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단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강점을 더 키워 남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있어서 라운즈만의 강점이자 핵심경험을 더 고도화하고 날카롭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서비스본부와 TF를 구성하고 올 초 앱 개편에 대한 논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것을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다.


앱 개편 후의 모습. 첫 경험을 가상착용으로 시작하게 하고 탐색, 추천 등 다양한 메뉴를 가상착용 화면 내 장착했다.



개편 이후의 반응들

위의 목적에 맞게 앱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획자와 개발자분, 디자이너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앱을 개편하였고 지금까지 아래와 같은 결과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1. 앱 활동성 증가

이는 너무 당연한 결과다. 제품의 첫 경험을 가싱피팅의 경험으로 바꾸었으니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상착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것을 통해서 라운즈의 핵심경험이자 차별점이 이것임을 모두에게 인지시킨 것이다. 앱 활동성, 즉 주간 방문자수가 크게 늘었고 특히 최근 가상피팅 경험 수치(얼마나 많은 가상피팅이 발생했는지)는 주당 90만 회를 넘었다. 이는 작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자연스럽게 제품 좋아요 수치도 크게 증가했다. 


앱 활동성(WAU) 경험 수치
가상피팅 경험 수치
제품 좋아요 수치


2. 앱 리뷰 4.8점의 높은 평점

핵심경험을 체험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앱 리뷰가 많이 쏟아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4.8점(iOS 기준)이라는 높은 평점으로 이어진다. (안드로이드 평점 역시 4.7점으로 매우 높다)


앱스토어 리뷰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리뷰들. 현재 앱스토어에는 1200개, 구글플레이에는 1700여개의 리뷰가 작성되어 있다.


앱스토어 평점 4.8을 기록 중이다.


구글플레이 평점도 4.7로 크게 올랐다.


3. 앱스토어 내 라운즈 소개 빈도의 증가

앱 개편 이후 특히 앱스토어에서 라운즈를 소개해주는 빈도가 상당히 증가했다.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었다. 이는 애플이 새로 업데이트된 라운즈를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주 주목해야 할 앱에 라운즈가 노출
앱스토어 쇼핑의 달인에 노출된 라운즈
앱스토어 이번 주 추천 앱에 선정


4. 오가닉 앱 다운로드의 증가  

물론 핵심경험을 알리기 위한 브랜딩 활동의 영향도 있겠지만 위의 현상들은 자연스럽게 앱 다운로드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인기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앱스토어 쇼핑앱 31위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수많은 대형몰 사이에서 안경 쇼핑몰 중에선 유일하다.


구글 플레이 쇼핑 인기 앱에도 라운즈가 등장했다.



앞으로의 과제

이렇게 핵심경험을 정의하고 그것에 맞춰 앱을 개편하였지만 어찌 보면 이것은 브랜딩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해야 할 많은 것들이 남겨져 있다. 거기엔 지속적인 앱 성능(특히 가상피팅)의 개선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가상피팅을 경험한 사용자들을 어떻게 진성유저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핵심경험을 어떻게 고객에게 잘 알리고 라운즈를 경험해보게 할지에 대한 고민 역시 이에 포함된다. 물론 이것을 위해 크고 작은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본 앱 리뷰 중 하나.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브랜딩의 범위

개인적으론 브랜드 마케터라는 표현보다 브랜드 빌더(builder)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하는 제품을 만드는 역할 역시 브랜딩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랜딩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 아닌 제품의 영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의 영역이자 범위라고 할 수 있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