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에서 증명사진 찍기
아이와 미술 체험 수업을 들으러 왔다.
오래된 건물의 입구에선 아이들이 까르르 거리며 우산을 접어다 폈다 하며 물기를 털어낸다.
시간이 멈춘 것 같기도 하고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한 묘한 매력의 건물 안 2층에
아주 오래된 사진관이 보인다.
혹시나 하여 문을 밀고 얼굴만 빼꼼 내밀었더니 나이 많은 사진사 아저씨가 계신다.
'아이 여권사진 혹시 오늘 되나요?'
'되죠?'
간단한 대답.
한 시간 뒤에 오겠다고 답하고는 미술 학원으로 향한다.
아 이렇게 매일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도 나쁘지 않다. 괜스레 복직이 다가오니 아이와의 시간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근 6개월을 아이의 등하원, 놀이터 생활을 엄마가 챙겨주어 아이는 참 좋았을 것이다. 아이의 표정이 다르다고 말하는 주변 반응에선 마음이 조금 아팠다. 그래도 어쩌랴, 일터로 나가는 엄마도 미래의 너는 참 좋아하게 될 거야.
미술학원을 마치고 다시 조그마한 사진관으로 향한다.
'눈썹 좀 보이게 해 주세요.'
파아란 색 포켓몬 티셔츠를 입은 아이는 자신이 어떤 사진을 찍는지도 잘 모른 채 난생처음 전문가용 카메라 앞에 앉았다.
'여기 봐바 여기.'
아이는 카메라를 쳐다볼 때는 입을 앙다물고, 입을 앙 다물지 않고 자연스러운 표정일 때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는다.
'고개를 좀 더 이쪽으로!'
아이는 아저씨가 가리키는 손가락 쪽으로 고개를 홱 꺾어버린다. 아, 미세조절이 어렵다. 괜스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진사 아저씨는 노련하게 아이가 포즈를 다 잡을 때까지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다. 아이는 그 분위기가 마치 유치원 생일파티 기념사진이라도 되는 냥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브이를 하며 스텝을 밟곤 사진사 아저씨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 귀엽고 웃기기도 하여 프흐흐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얼른 자리 앉아!'
나는 웃음이 배어 하나도 무섭지 않은 단호한 말투로 아이를 앉힌다. 그때 다행히 아이가 카메라를 쳐다본다. 참 자연스러운 얼굴을 한다. 사진사 아저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플래시를 팡팡 터트린다. 오래된 사진관에서 아이의 첫 사진. 한 시간 뒤에 오라는 사진사 아저씨의 말에 알겠노라 답하고는 아이 손을 잡고 나선다.
한 시간 뒤 받은 아이의 사진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포켓몬 티셔츠를 입고 귀여운 표정을 하고 앉은 여섯 살배기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잘 찍혀있다. 요사이 사진관이 잘 없다. 포토스튜디오에서 여권사진을 찍기도 하던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진관에서 아이의 첫 증명사진을 찍어 더 제대로 나온 듯하다. 아이가 크는 대로 증명사진도 하나씩 찍어두어 추억으로 남겨두어야지. 여섯 살배기의 첫 사진관 나들이는 참으로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