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 싫어서
6회 차. 오늘은 25m보다 조금 더 긴 레인에서 강습을 한다. 수강생은 나포함 2명. 동기 수강생은 물개처럼 평형을 연습한다. 역시 25년 전에 배웠던 수영이라도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몸의 역사는 참 무섭다. 내가 나에게 새긴 몸의 역사는 무엇이 있었나. 나는 레인을 한 번 왕복하고는 절망적인 상태가 되었다.
먹은 것은 없고, 홈트로 40분을 소진하고 나니 이미 수영장 풀 안에서 나는 기진맥진인 것. 그러나 선생님은 초보자는 연습뿐이라며 뺑뺑이를 외치고, 나는 킥도 안돼, 팔 돌리기도 안돼, 호흡도 안돼. 정말이지 오늘 이후로 때려치운다는 생각 만을 하며 중간중간 레인 중간에서 세 번씩이나 멈춰 서서 애꿎은 천장만 바라보았다. 소규모 레슨이라 뒤에서 누가 보채지도 않는 것은 장점. 그렇지만 그렇기에, 쉴 타이밍도 딱히 없다. 그냥 무한의 레이스가 50분 동안 펼쳐지는 것이다.
나중에는 물속에 키 판만 잡고 서 있어도 어지러웠다. 누군가는 키 판까지 잡으면서 뭐가 그리 힘들다고 하겠지만, 정말로 키 판만 잡고 있어도 힘든 사람이 있다. 오늘도 목각 인형 같은 내 몸뚱이를 달래며 어떻게든 팔을 돌리고, 다리로 물을 두드려 나아가 본다.
선생님은 체력이 문제라며 계속해서 이 뺑뺑이를 돌 것을 강조했다. 선생님 저는 집에서 레그레이즈, 스쾃만 100개씩 하고 여기에 왔다고요! 체력 증진을 위해서 누구보다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거죠? 역시 수영은 정말 나랑 안 맞아! 이런 말들을 속으로 뇌까린다.
결국 고장인 줄 알았던 수영장 시계가 50분이 되고, 수업은 끝났다. 지옥에서 살아온 사람이 된 심정으로 샤워를 했다. 겨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 터덜터덜 걷는다. 정말로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오늘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수영장에 도장을 찍은 나 자신이 반짝하고 자랑스럽더라는 것. 무엇보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못하는 것을 ‘그냥’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뚝딱이 같았던 내 모습도 밉지 않다. 이래서 우울은 수용성인 건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따신 햇살을 맞으니 폴폴 마음이 새살처럼 좋게 돋아나는 것.
그대로 집에 가기 아쉬워 근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오트라테를 하나 놓고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니 망중한이 된다. 아, 이 기분. 이 모든 것이 털리고 현타가 온 이 느낌. 정말 좋다! 를 외치며, 나는 ‘이래서 수영이 좋은 운동이라는 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 나 다음 달에 그만둘 거야. 나는 수영이 정말 싫어.’ 나는 남은 오트 라테를 쭈욱 빨아먹었다. 8월의 한 낮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