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운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 손을 잡고 비오는 경주를 뛰어다녔다.
50년이 넘었다는 노포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호텔로 돌아오자 아이와 나는 녹초가 되었다.
온천수가 나온다길래 아이에게 목욕물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유투브를 습관처럼 켜니 예일대 유학생이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떴다.
목소리가 맑고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었다.
갑자기 고모가 천국에 갔을까 걱정이 되었다.
천국이라는게 있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고모가 좋은 곳에서 편히 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서, 나는 왜 살아있는 걸까 생각했다.
요사이 내가 얼마나 속이 좁은지 느끼고 있다.
얼마나 강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지 말이다.
개학이 다가오니 여러개의 회사 단톡방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정말 두렵고 이렇게 저렇게 화가 많이 난다.
그리고 괜히 못된 마음을 먹게 된다.
사실 내 개인으로 봐선 그런 마음을 먹는게 별 문제는 없지만
아주 먼 지구 아니 우주의 시각에서 볼 때
나는 이 세상에 어떤 기운을 주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우주의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혹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운과 차갑고 역겹고 드러운 기운 중에 굳이 꼽자면
내가 내뿜는 에너지는 어떤 것이 더 많을까.
나는 살면서 값없이 무언가를 행한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유학생이 부르는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딱 좋은 타이밍에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를 불렀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일회용 슬리퍼를 딱딱 글며 화장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아주 좋은 사람이 될 순 없지만
지금보다 약간 더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 보자고 말이다.
억지로 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