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꽃

2박 3일의 영성수련

by 라이크수니

몸도 맘도 정신없는 3월을 보내다 보니, 대학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영성수련을 가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성수련이라니 여긴 교회도 아닌데 무슨 영성수련? 인가 생각을 했다. 안성에 있는 한 교회의 수련원에서 학생들, 연구원생들, 그 외 일반인도 함께 모여서 2박 3일간 수련을 한다고 했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큰 건물이 중심에 있고 그 중심을 감싸는 듯 산 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아, 힐링하기 좋겠다"



한방에 6~8명 정도의 사람들과 2박 3일간 이불을 깔고 잠을 자고 이야기를 하며 지내야 했다. 큰일이다. 항상 침대 생활을 했던 나였고, 바닥에서 자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입학식 때 경험을 해서 알고 있었다.



'뭐, 자러 온건 아니니까'라며 좋게 생각을 해보았다. 강당에 가니 조별로 무대를 바라보게 반원의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얼굴을 익히고 친숙해진 동기들과 함께 오니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 느낌이 나서 좋았다. 그리고 삼시세끼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정해진 일정과 시간에 따라 밥을 먹고 이동하고 활동을 하면 되는 거였다.



이 대학원이 기독교 학교라는 걸 영성수련 하면서 처음 알았다. 난 전에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결혼 후 시댁식구들 외 다양한 기독교 신자들을 만나면서 기독교가 너무 싫어졌다. 교회에서 척을 하고 그 뒤로는 회개하며 또 같은 잘못들을 반복하고, 종교라는 이름뒤에 숨어 가식적인 모습들이 너무 싫었다. 성경에서는 항상 참으라, 이웃을 사랑하라 했지만 정작 자신을 챙기라는 말은 없었다. 성경대로 살다 보니 난 너무 지쳤고 시끄러운 것들이 너무 싫었다. 조용히 있고 싶었다. 조용히.. 그래서 조용한 종교인 불교가 생각이 났었다.



지금 나는 무교이다. 근데, 영성수련에서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입을 닫고 멍하게 있었다. 기도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떠한 활동을 할 때마다 기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거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에 종교적인 시간엔 멍해지거나 흘려보내기를 했다.




영성 수련을 경험하면서 동작 교수님의 몸풀기 과정과, 오랜 기간 경험을 쌓고 공부한 리더님들과 코리더님들 집단으로 함께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TV를 보는 듯했다. 영상에서만 보았던 치료과정들을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각자의 가장 힘들고 취약한 부분들을 함께 나누면서 집단의 역동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들을 이끌어가는 리더님들과 코리더님들의 놀라운 능력에 존경심이 들었다.




늦은 저녁까지 집단 작업을 하다 보면 몸이 천근만근이 된다. 눈물과 땀으로 샤워를 한듯한 몸을 공용샤워실에서 대강 씻고 노곤노곤해진 몸을 딱딱한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곧 잠들듯 하지만,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과 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고단한 만큼 그들의 코 고는 소리에 피곤한 나를 재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양한 활동이 참 좋았지만, 잠을 못 자니 너무 괴로웠다. 난 다음날 아침을 포기하고 멍해진 내 뇌를 조금 쉬게 해 주었다. 사람들이 산책을 나갈 때 잠시 낮잠을 자며 부족한 잠을 채웠다. 집단으로 활동을 하며 내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들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많은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나의 문제는 남편과의 사이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는 듯했다.





이제 시작인 듯하다. 내가 이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는 나를 치유하기 위함이니, 난 이제 치유의 문에 들어가기 위해 문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했다.






내가 경험한 첫 영성수련은 나의 몸에 걸려있는 큰 체증을 잠시 내려주어 평온한 표정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