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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수니 Nov 04. 2024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당신 고맙지만, 떠나줄래

첫번째 선물 ㅣ 내 꿈은 잠시 접어두자

강남에서 완료하지 못한 CS 강사 교육이 아쉬웠다. 다시 교육을 찾아보다 보니 종로에서 하는 CS 강사 교육이 있었다. 거리도 강남보다 가까웠고, 아침을 챙겨 먹을 시간도 생겼다.

훨씬 여유롭게 수업이 진행이 되었다.

함께 듣는 교육생들 하고도 즐거웠다. 이수해야 하는 수업 시간을 다 듣고 나면, 들었던 강의 중에서 내가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서 강사님들과 교육생들 앞에서 모의 강의를 진행하는 걸로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가 통과되면 CS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취득 후에는 바로 실전에 투입되어서 강의를 할 수 있었다.

교육을 듣고 집에서 강의 연습을 하는 걸 지켜본 신랑이 말했다.

“스트레스받게 그런 걸 왜 해~ ”

신랑도 말은 그래도 응원해 주고 있었다.

내 두 번째 직장이 생긴다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강의 준비를 위해서 포인터기도 사고 예쁜 구두도 샀다.

아이와 신랑 앞에서 연습하고, 혼자서도 연습했다. 난 CS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방의 한 대학교로 강의를 하러 가게 되었다.

신랑이 사준 예쁘고 편한 구두와, 부모님이 사주신 곤색으로 된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에 흰색 마이로 된 예쁜 정장을 입고 새벽에 터미널로 향했다.

긴장되고 두근거려서 잠은 못 잤지만, 얼마 만에 새벽에 내 일을 하러 가는 건지 기분이 묘했다. 교육해 주셨던 강사님의 강의가 끝나고 내 차례가 다가왔다. 대학생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두 시간 동안 내 수업을 이끌어 나갔다. 솔직히 어떻게 진행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긴장해서 마무리만 기억이 났다.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오후 시간까지 함께 곁에서 강의하는 걸 봤다.

살짝 어둑해질 즘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다. 너무 반가웠다.

‘나 보고 교수님이라니.. ’ 어색한데 싫지 않았다.

버스 타고 올라가는 동안 뿌듯함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며칠 후에 있을 간호 학원 강의가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긴장한 탓인지 몸이 후끈후끈했지만 뿌듯함이 괜찮은 듯 눌러주었다.

다음날,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이상하리 만큼 몸이 안 좋았다.

몸은 안 좋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은 너무 좋았다.

결혼 전 나는 드럼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있었다. 결혼 후 신랑에게 이야기해서 집 앞 드럼 학원을 다녔었다. 신랑이 함께 가서 등록을 해줬었다. 혼자 연주하는 건 재미없어서 홍대에 가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만 기혼자, 나머지 분들은 직장인들로 파트가 채워졌다. 밴드 사람들과 연습하고 호흡을 맞추고 연습 중에 신랑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내 꿈이었던 드러머로 무대에 오르는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는 순간이다. 무대 공연 곡과 날짜가 정해지고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다 모여서 연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새로운 직업, 내 로망 실현 등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모든 것이 좋아서 였을까??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달력을 보니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임신이 안된다고 그랬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어? 어??? 두 줄이야?? ”

6개월 전의 기억은 덮어두고 하고 싶은 것들 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선물이 찾아온 것이다. 신랑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니 임신이 맞았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좋지만, 소중한 선물을 지키지 위해 모든 꿈들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두근거리며 일정을 잡아 두었던 강의는 모두 취소했고,  손 한뼘이면 닿을 수 있었던 로망인 밴드 드러머는 다른 분으로 교체되었다.

나는 얌전히 아이를 기다리는 임산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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