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모든 것이 정화되는 그 순간, Sunset.

(시간), 사랑하는 순간들

by 고대윤

처음부터 해가 질 무렵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 순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완전히 깊숙이 뇌리에 박혀버린 그 순간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것은 내가 그때까지 봐왔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고, 너무 아름다워서 눈가를 적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내 주변에 모습들이 점점 내 시야 속으로 들어오더니, 한 편의 파노라마 영화처럼 그것도 아주 멋지게 만든 파노라마 영화 한 펀처럼 내게 각인이 되었ㄱ다. 그 순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고, 그 순간으로 세상을 이겨 나가게 되었다.




1997년 가을, 아마도 이맘때 혹은 조금 더 늦은 때였을까?? 나는 서울로 재수를 하러 갔지만,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분명 내 속에서는 무엇인가 꿈틀거리고는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분명 어떤 것을 짚어주면 그것을 동기 삼아서 한 번 해보고 싶은 그 마음은 나를 종용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부족했다. 누군가가 나를 조금만 도와줄 수 있었더라면..., 누군가가...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이나 혹은 내 가족이 해줄 수 있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 수많은 날들 내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는 멘토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쓴소리를 해도 상관없고, 더 한 소리를 해도 내 가슴이 트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사람은 없었다. 과외를 하는 사람들은 나와 내 가족에게서 더 많은 과외비를 빼먹을 것인가에 대한 궁리로 가득 차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나는 점점 더 삐뚤어지고 끝내는 학원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적이 나왔다는 것은 참 놀랍다.)




그토록 무엇인가로 헤매던 어느 날, 같은 곳에서 하숙을 하던 "J"가 옥상에서 뛰어내려오며 소리쳤다.


"야야, Yun아!! 그리고 "P"야 내가 끝내주는 곳을 발견해버렸다~~!!"이라는 말을 했다. 전라도가 고향이었던 "J"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뭔가는 대단한 곳인 것 같은데. 그곳이 뭔 곳인지는 모르고 따라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이잖어, 아녀??"(애써 충청도 사투리를 쓰던 나."

"야야~~!! 모르면 주둥이를 닫고나 있어라!! 자~~!! 내가 지금부터 알려주는 곳을 보면 너희들은 매일 올라올 것잉께. 그때는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하게 될 것이다."


"J"와 "P"는 공부를 잘했기에 나는 늘 그들에게 주눅이 들어있었고, 뭔가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짖었다.

녀석들은 나중에 들어온 녀석들로, 이미 친한 사이였기에 더 그랬다.


나는 고소 공포증이 있었지만, "J"가 끌어올려줘서 옥상 위의 "옥상", "옥탑방"으로 올라섰다.


"어쩌냐?? 이 형님이 발견한 보물 장소가...?"


맞았다. 그는 어떻게 보물 장소를 발견한 것이었다. 놀라웠다. 내가 살던 하숙집의 맨 위에,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질 줄이라고는, 너무 아름다웠다.


"야, 그니께 너희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꼭 사야~!!"


정권이는 그렇게 쿨하게 아이스크림 하나로 보물과 맞바꿨다.




재수도 막바지로 닿을 무렵, 나는 거의 학원에 나가지 않았다. 나가는 것이 왠지 더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아예 나 자신을 방치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보물 아지트가 떠올랐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고소 공포증이 있는 나는 그곳을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지만.


옥상에서만 바라본 하늘과 내 주변은 아름다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여기서 미끄러져서 떨어져 죽으면 신문에도 날 것이다.

"재수를 하러 왔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부모님과 불화로 자살한 대학생" 정도이겠거니.


이왕이면, 조금 더 멋지게 써주기를 바라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애써 포장하려 해도 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냥 떨어지지 않도록 올라가는 수밖에.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눈물이 흐른다. 그것을 나를 정화시키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옥상에서 만난 그 대작은, 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제 "메가스터디"를 비롯한 수많은 입시 학원 건물들이 그 앞에서 시야를 가로막고 있겠지만, 그때 내 시야를 가리는 하나도 없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담배를 태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내 주변의 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은 이르지만 자신의 폭을 더 길게 늘어뜨린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문득 눈물이 났다. 왜 그 순간에 눈물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담배를 연달아 태워가며 나는 엉엉 울었다.


이곳에 다시 찾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며칠 뒤에면 이곳에 새 주인이 이사를 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지금 뿐일 것이다.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 주변에는 알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이 숨어있다는 것을 나는 왜 애써 외면하고 한쪽 면만을 봤을까. 곧 그칠 것 같은 눈물은 금방 잦아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얼마 뒤, 하숙집의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고향으로 내려왔고, 부모님의 기대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향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로 나는 힘든 날이면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때로는 기쁨에 혹은 슬픔에,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기분이 다 정화되면 좋겠다는 기분으로, 내가 볼 수 있는 곳에서 가장 아름다울만한 곳으로 찾아다녔다.


어쩌면 나는 그때서야 나 자신을 조금씩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이든 해가 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그때와 다름없이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애써가며 살아왔던 나를 대견해하며, 때로는 그때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에 나는 온갖 기분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내 감정이 순화되어 다시 내 시간에서 고군분투할 시간이 되면 나는 미소를 짓는다. 20여 년 전의 그 모습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때때로 파노라마처럼 빙글빙글 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에는 내가 없다. 그리고 점점 머리가 희끗해져 가는 중년의 남성이 한참이나 치기 어린 까까머리 스무 살이 세상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그 뒤로 한시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해지는 곳이 예쁜 곳을 찾았다.

집 앞이라도 좋았고, 조금 멀리도 좋았다.


가끔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코끝에 담배 태우는 냄새가 맴돈다. 내 주변에 그 누구도 담배를 태우고 있지는 않지만, 그 냄새가 맴도는 이유를 나는 안다. 내 옆에는 아직도 건방지고 무서운 것 없는 스무 살의 담배를 물고 있는 녀석이 내 옆에 서 있고, 녀석은 그만의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담배 연기를 뿜고 나는 녀석을 향해서 그저 미소를 보내 줄 뿐이다.




그들에게도 아름다운 해넘이의 기억이 평생을 함께 하기를


돌아오는 길은 외롭다. 녀석은 이제 사라져 버리고 없고, 내 옆에는 카메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때때로 그 까까머리 녀석에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봄으로 이어지는 늦은 겨울날, 바닷가를 찾았다. 친구 둘은 옆에 앉아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히 그들의 뒤를 떠났다.


"조금 힘드나요?? 그래서 눈물이 나와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일거예요. 하나는 내가 약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모습이 아마도 당신 가슴속에서 평생 단단한 추억 나무가 되어줄 거예요."



글/사진 고대윤


온몸에 면역성 앨러지가 펴졌습니다. 붉은 반점이 온 몸을 둘러버렸네요.

가렵고 따가운 것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글을 썼습니다.

글이 유치하고 의미가 없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