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대한 자비로운 편견

(관계) 때로는 혼자도 괜찮아.

by 고대윤

점 하나, 일차원. 점 둘, 직선, 그리고 이차원.


수학적으로 볼 때도 점 하나보다 점 두 개가 서로 직선상으로 이루어져 어떤 관계를 이뤄내는 것이 훨씬 더 단단해 보이고, 안전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세상에는 짝수를 바탕으로 많은 것들이 안정화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것이 단순히 눈앞에 바로 보이는 점을 바탕으로 한 관계들이던지, 아니면 인간으로 옮겨서 생각한 관계라든지 그것은 생각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하나보다는 둘을 선호한다. 꼭 이성 관계가 아니어도 둘을 선호하고 가령, 식사를 혼자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한다던가, 이성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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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녀는 서로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원한다.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남자와 여자는 굳이 붙여놓으려 하지 않아도 N극과 S극처럼 자연스레 끌린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스레 끌리는 것도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N극 혹은 S극인 사람들 중에서도 서로 같은 극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서 "모쏠"이라는 단어도 자연스레 생겨나고, 어떤 "연애"에 대한 환상도 커진다. 그렇게 조금씩 커지다 보면 결국, 연애 못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때로는 정말 웃기다.


문제는 아무리 끌렸던 N극과 S극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은 또 아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서로에게 작은 불만이었던 문제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삐그덕 대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소리에 이어서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기 시작하고, N극과 S극은 태초 상태 그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이 "이별"이다.




물론, 나도 몇 번의 연애와 몇 번의 이별을 해봤다. 참 재미있는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나와 반대되는 극에 대한 어떤 관심도 떨어진다는 것에 있었다. 첫 연애는 너무 대책이 없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척, 내 입장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첫 연애는 다툼이 많았다.


이별 역시 그러해서, 나의 첫 이별은 정말 깔끔하지 못했다. 주변에 이런, 저런 철 혹은 잡금속 성분들이 끼어들기 시작하고 그것들이 나와 그 사람에게 각자 달라붙으면서 우리는 서로를 의심하고 약점을 잡듯 비방하다가 관계는 종전이 되었다.


그 뒤로는 연애를 하는 것에 그리 자유롭지 않았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라고 결정 한 다음부터는 거의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람을 바라보고 쳐다보는 것에도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돈 이런 경제적 배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시선의 깊이가 깊어졌지만, 역시 연애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상대방의 진영에 핵폭탄을 쏟으면서 끝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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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나 중심가에서는 아무래도 이제 막 청춘의 길에 들어선 남녀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싱그럽기도 하고, 예전의 나를 떠올리면 참 잔인하도록 서로의 사랑을 불태운다. 그러하기에 "첫사랑"이라는 단어와 더 잘 어울린다. 그에 비해 혼자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무엇인가 허전해 보인다.



각자 자신들만의 스마트 폰을 보고 있어도, 커플들이 마주 앉아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그들에게는 왠지 청춘이 비켜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어서 때로는 아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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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둘의 차이는 이렇게 꽤 커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 알고 보면 그것은 긴 장기적으로 볼 때, 아주 잠깐의 차이이기도 하다. 저 커플의 만남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만약 혼자인 N극이나 S극이 무엇인가 열심히 자신만의 것을 준비를 하는 상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 바로 내가 연애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갖는 자격지심이나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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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연인은 어쩌면 결혼을 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부부 사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에게 숨길 것 없이 터놓을 수 있고, 자신의 이기심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며, 그래서 더 많이 배려하고 살아갈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가 되면 설렘도 사라지고, 어쩌면 현실적인 것도 지나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라져 버린 인간관계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고 아낀다는 면에서는 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그들이 최고의 N, S극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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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혼자 있는 모습이 많다고 해서 그를 외로운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단서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냥 무난히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일본의 꽤 유명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연애는 영화라든가 TV 드라마, 소설의 모티브가 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환상이 배양된다.

그런 컨센서스가 때에 따라서는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은 극단적인 뉘앙스까지 갖게 만든다.

-무라카미 류,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중에서.




나는 혼자 자신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머지않아 다른 극이 뒤따라 오거나 곧 서로의 반대극과 결합을 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연애" 그리고 "커플"

혹은 "연인", "연애"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주변의 수없이 많은 커플들이 아름다워 보여도, 혹은 좋은 일만 있는 것 같아도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다. 그들 사이에도 수없이 어려운 일들이 있으며 맞지 않음에도 맞춰가는 것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연애"에 대한 환상을 배양시키는 좋은 비료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만 보며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다.


혼자라도 상관없다. 그것은 당신이 갖은 당신만의 삶의 여유이다. 그것을 꼭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소모하기도 아쉽지 않은가. 만약, 당신에게 딱 맞는 N극이나 S극이 있다면 그때는 붙어있기 싫어도 붙어있게 될 것이다. 때로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둬라. 어쩌면 "연인"의 뒷모습보다 더 멋진 뒷모습을 가진 당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