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cm, 서민들의 위로

(삶) 왜 우리는 한숨을 내뿜는가

by 고대윤

오늘은 문득 담배를 많이 태우고 싶다는 유혹이 드는 날이다. 그런 날들이 있다. 금연을 한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무던히도 한 대를 태우고 싶은 순간, 날 말이다. 단순히 담배에 대한 유혹이 고파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게 있어서 무엇인가가 가슴을 꽉 막고 있거나, 아니면 결핍이 된 듯 한 그런 순간이다.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끝무렵이었던가?? 아니면 2학년 무렵이었던가?? 하여간 그 어스무리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 것은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좀 불량해, 그러니까 나를 좀 건들지 말아주겠니??' 라는 식의 글러먹은 마음과 내가 어울리던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꼭 필요했던 불량함과 건들거림에 하나의 포인트를 더 주기 위한 바람이었다.


나는 "헤비 스모커"여서 한두 시간 안에 담배 한 갑을 다 태우기도 하고, 담배를 태우면서 걸어 다니는 것도 꽤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모두 다 잠시, 나는 나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시험에 도전을 하게 되었고, 그토록 좋아하는 담배까지 함께 끊어버렸다.





담배는 사람과 닮아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나친 것일까. 나는 담배를 볼 때마다 혹은 담배를 태울 때마다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는 했다. 그리고 담배를 태우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대충은 감이 오고는 했다.


새로 구입한 담뱃갑에서 첫 담배를 꺼낼 때, 녀석들은 뻣뻣한 채로 곧게 날을 세우고 있는 당당한 모습이다. 마치, 사람으로도 한참 자신감이 차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뻣뻣한 녀석들도 주위의 동료들이 다 떠나갈 때 즈음이면, 마지막 남은 녀석도 힘이 없고 구부정한 모습이다. 녀석도 이제 많은 것을 내려둔, 어깨조차 좁아진 노년의 한 남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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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버린 담배와 구부려진 등이 더 갸냘퍼 보이는 우리는 닮았다.


이제는 다 꺼져버린 담배는 더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마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힘이 빠질수록 주변의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는 것처럼, 그들 역시 이제 아무에게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의 종이컵에 다 꺼진 채로 남겨져 있는 녀석을 보다 보면, 저 녀석을 태웠을 사람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 담배를 태웠을까. 단순히 그냥 기호 식품으로, 끊지 못해서 담배를 태웠을까?? 아니면 깊은 고민의 끝이 머물고 있는 가슴 한 구석의 회오리를 연기와 함께 내뿜고 싶어서 담배를 태웠을까.


담배를 태우면서 내뿜는 한 숨은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더라. 누구나 살게 되면 겪는, 내게는 너무나도 버겁고 힘든 결정과 순간이지만 타인에게만은 그 수심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나는 종종 담배를 태웠었다. 그래서일까. 꺼져버린 담배의 모습 속에는 담배를 태웠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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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담배의 종류와 향처럼 다양하다. 하지만, 담배를 태우는 손에는 이상하리만치 처연함이 함께 한다. 그 처연함을 보며 담배를 "서민"이 즐길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위로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것인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차를 운전하며 한 손을 내밀고 담배를 태우며 자신의 겉을 치레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자신의 겉을 더 크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행위들.


그런 사람들의 행위에 나는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들의 담배는 한 개비에도 겉멋이 들어있어 눈살이 찌푸려질뿐이다. 진짜 열심히 매일을 살아가는 분들의 담배 한 대에는 그분들의 노곤함과 함께 아스라이 안락한 만족까지 얼굴 전역에 퍼져간다.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다행히 저 담배가 필요한 분들에게 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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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오후, 행락객으로 붐비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담배를 태우는 아버님을 찍었다. 아버님은 밀리는 행락객과 담배 한 대 사이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문득, 한참이나 올라버린 담배 가격이 떠올랐다.


나는 헤비 스모커였다. 하지만 이제는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 이제는 태우지 않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더 이상 태우지 않는 것은 어쩌면 10cm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뿜어지는 연기 속에 담을 만큼 내 고민과 한 숨은 가벼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살아가는 것의 비중은 언제나 바뀌기에, 그리고 떠 나니는 듯 한 삶의 감정들의 얽매임은 언제나 바뀔 수 있기에, 더불어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뎌냈던 현재까지의 삶보다 더 쓴 내 나는 삶이 내 앞을 가로막을 수 있기에, 나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이 조금만 더 가벼워지면, 담배 연기도 더 가벼워질까. 비록, 담배를 태울 수밖에 없어도, 그 연기는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올라갈 수 있는 여유가 많은 삶에 찾아들기를...


2021-10-18


사진/글 고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