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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Nov 27. 2021

Still Cut

우리는 인생이라 불리는 무대 속 주인공

Still Cut
드라마나 영화, 광고 필름 가운데 한 컷만 골라내어 현상한 사진.


나는 돈 많고 지위 높으며, 소위 말하는 금수저 남자 주인공이 가난하고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과 결혼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가득 찬 영화나 너무도 잔인하고 때에 따라서는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과장된 범죄 영화 혹은 컬트 영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한 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 한국 건달을 미화한 영화도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언제부터인가 내 영화 취향은 소소한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향해 있었다.




사진에 대한 글을 한 동안 쓰지 못했다. 시간도 없었거니와 그리고 내 사진들 중에서 어떤 사진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에 대한 것도 쉬이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나는 어제 금요일 코로나 백신 2차를 접종받았고, 지금은 팔이 찢어지는 통증을 즐기고 있다. 이럴 때, 통증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글을 하나 적는다면 좀 낫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브런치를 열었다.


한 때, 네이버 블로그에 "화려한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 좋다."라는 블로그 명으로 사진과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한 참 예전부터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나의 편입견을 바꿔가는 시기였고, 그 시기부터 길거리 사진을 찍으며 세상의 모습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내게 "왜 힘든 사람들의 사람을 애써 찍느냐??"라고 물어본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만약, 당신이 저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저분들처럼 저렇게 일할 고 생활할 수 있느냐?? 나는 그분들의 생명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라고 말을 했다. 물론, 그 뒤로도 비슷한 항의를 받은 적은 있지만, 그 뒤로도 나는 몇 년 동안 삶의 진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한 영화의 "Still Cut" 같은 장면을 찍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영화는 물론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영화이어야만 한다. 나와 동떨어진 사람을 사는 사람들의 사진은 내게 의미가 없었다. 어떤 이들은 콘티를 잘 구성해서, 아름다운 여자와 배경을 조화해서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냈지만, 나는 한 번도 의도적으로 사진을 만들어 낸 적이 없다 그냥 내가 본 그대로, 그 순간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사람의 얼굴이 뚜렷하게 나오는 그런 사진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배우들은 모두 다 무명인 데다가, 자신들의 신분이 드러나길 꺼리는 입장이라서 나는 되도록 내가 보았던 장면의 분위 가나 상황들을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히 만족했다. 나는 그렇게 나만의 Still Cut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가을밤을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청년, 충남 공주
손짓 하나까지 젊음과 아름다움이 엿보였던 대학생들, 충남 공주
부러워서 한 참을 바라봤던 모녀간의 식사, 충남 공주
오래전에는 많이 바빴을 듯 한 양복점, 충남 공주
마치 이 문을 통하면, 이 다른 세상으로 갈 것 같다, 충남 공주

사진을 찍다 보면 작년에 왔을 때와 올해 다시 갔을 때의 모습은 사뭇 다를 때가 있다. 그럼 내 사진은 예전의 모습이 사라지지 전의 기록물이 된다. 나는 그 기록물들을 바라보며, 지난 오랜 시간을 영화 속 장소 철럼 지켜왔을 그 존재들의 Still Cut이라 생각하며 내가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나는 그가 비를 맞으며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그 인생의 영화 속에서 정말 멋진 한 컷을 만들었음에 감사했다. 대전


여유가 되면 나는 매일 카메라를 들고 보통 사람들의 Still Cut을 찍기 위해 찾아다닌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내게 당신들의 사진을 찍었다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거의 사라졌다.


우리는 이제 눈으로 '당신의 소중한 삶의 한 장면을 담으러 왔습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그들은 이제 조금은 불편했던 마음을 열어놓고 나와 함께 한다.


아름다운 영화란 무엇일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아놓은 것이 아름다운 영화일까. 우리 모두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지금 다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정말 인연이 되어 내 카메라에 담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제일 아름다운 법이다. 그 삶에는 꾸밈이 없다. 대전 대동


이제는 아래서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삶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호령하는 듯 한 인생보다도 위를 보며 하나하나 올라가는 인생도 의미 있지 않을까.


꾸밈이 아예 없는 삶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Stiil Cut은 언제나 스스로를 꾸미지 않기에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주변에서 나를 유혹한다.


당신이 찍고 싶은 Still Cut은 무엇인가??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우리 이 것은 알았으면 좋겠다. 모든 영화가 다 화려할 필요도 없고, 잔인한 필요도 없으며, 가장 좋은 영화는 잔잔하게 우리 가슴속에서 물결을 치며 남아있는 영화이다.


당신의 삶도, 시선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2021.11.27


사진/ 하루

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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