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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Oct 09. 2021

그 누군가가 보여주는 진정한 모습

(사람) 나는 그 누군가의 뒷모습을 사랑한다.

한 사람이 내 눈앞에 앉아있다. 그의 어깨는 나만큼이나 구부정하고,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그것이 스마트 폰인 것은 분명해 보였으나,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의 폰 안의 내용이 그냥 잡지 같은 잡다한 것들을 모아 놓은 사이트이거나 아니면 포탈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 당시 한 참 성황이었던 가상화폐였거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뒷모습은 그의 원래 모습에 비해 작아 보였다는 것이다. 




보통 수컷들이 그러하지만, 많은 동물에서 수컷들은 자신의 크기를 더 크게 보이려고 노력을 한다. 몸을 부풀리거나 아니면 날개를 활짝 펴거나, 아니면 특유의 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도록 특정 부위를 크게 하거나.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남성성을 살려 짝짓기에 성공하려는 의도겠지만, 그런 것을 봐도 또 봐도 나는 그냥 웃기기만 한다.


그렇게 큰 몸 집을 자랑하던 수컷이 다른 더 큰 수컷에 지고 다시 돌아갈 때는 그렇게 약해 보이고 외로워 보일 수가 없다. 그는 바로 조금 전에 비해 이루 말할 것 없이 왜소해져 버렸다. 그리고 그의 쓸쓸함은 두 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꼭 수컷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암컷들도 자신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앞으로 보이는 것, 그러니까 내 눈앞에 보이는 면, 그것이 중요한 곳이 바로 이 세상이다.




한 껏 떠 벌리는 친구가 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모 그룹 재벌의 후계자라고 늘 말하고 다니는, 그리고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깡패를 했었다는 그래서 엄청 강했다는 이야기를 아주 매번 늘어놓는 친구였다. 그의 이야기가 전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의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고, 지난주 이야기와 이번 주 이야기가 다르며 그가 나보다 훨씬 키가 크지만 싸움을 못 한다는 것은 그냥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이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신을 치켜세우고 난리를 치는 때는 주로 여성들이 근처에 있을 때다. 어김없다. 이런 것을 "빼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남자의 뒷모습은 한없이 작아진다. 근처에 있는 여성들이 관심을 주지 않았거나, 자신의 섹스어필이 전해지지 않으면 곧바로 움츠러든다. 그리고 작별을 고하고 그가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은근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아!! 이 친구 운전면허도 없는데, 여자 친구에게 남자로 보이려 여자 친구 아버지의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적도 있다.) 멀리서 보면, 처음 나를 보며 걸어올 때의 딱 반이다. 반박 불가다.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어떤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뒷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자신이 더없이 잘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일 수도 있기에, 그런 어필의 시간이 다 지나가고 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는지.


A person's back tell me more than front.
(난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Saul Leiter


가장 최근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 사람의 수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또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등등을 비교하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 가족으로 보였던 세 명은 나머지 한 명이 누구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쩌면 웃픈 이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의 뒷모습이 주는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혼자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절대적으로 외로운지도 모르겠다. 숫자의 차이가 주는 그 미묘한 분위기는 한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슬프다. 사람들은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 속에 속하려 하고 그 속에서

또 주인공이 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되려 잠시만 긴장을 놓으면 전체집합 속에 여집합이 되어 다른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초라한 뒷모습을 끝내 보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뒷모습이 좋다. 꼭 꾸미지 않아도 되고, 가진 척하지 않아도 되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내보일 수 있으니까.


만약, 뒤에서 보아도 당당하고 멋진 모습의 사람이라면 더없이 좋을 일이다. 그런 사람은 나조차도 담고 싶으니까, 하지만 내 원래의 뒷모습이 초라하고 또 힘이 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나 스스로를 가 여히 여기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쩌면 원래부터 외로운 존재였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뒷모습이기에, 나는 어떤 모습이라도 상관이 없다.


앞모습에만 수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투자할수록 멋있어질 것이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순수한 모습일 수밖에 없는 뒷모습이 좋은 이유는 바로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멋진 사람들만 만나는 것은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다. 비록, 앞모습은 무엇인가 빈틈이 보여도, 뒷모습만은 더 아름다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오늘, 문득 거울 앞에서 보이는 만큼이라도 슬쩍 뒤돌아보라.


당신의 뒷 보습은 어떤지, 아마 어쩌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당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다.


2021-10-08


사진/글 고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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