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사진, Photograph.
작은 네모 모양의 파인더로 세상을 보고 그 파인더를 통해 자기가 전하고 싶은 말을 빛으로 그리는 그 과정은 사람들을 환호하게한다. 단어마저 흥미롭고 유혹적인 그 행위를 시작한 지 이제 10년 남짓이 되었다.
나는 10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찍을지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찍었고, 언제부터인가 거리를 찍었으며, 현재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한다. 그 영화를 나는 네모 모양의 파인더로 보고 그 장면을 다시 내 방식으로 기술한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당신은 어떤 시간을 좋아하는가.
해가 떠오르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침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삶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낮을 사랑 하는가.
나는 해가 넘어서기 시작하는,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 시간이 되면 나는 설렘에 몸을 살며시 떤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그 시간에 숨겨져 있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일을 하다가 어쩌다 한 번씩 갖게 되는 사진을 찍는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설렘에 몸을 떨고는 한다. 그 설렘은 세상이 내게 가져다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정해진 기간 동안 담았던 인물들의 사진을 모아 책으로 펼쳐냈다. 비록, 전자책이지만 그것에는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 내가 존경하는 혹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럼에도 내가 찍은 이야기들 중, 많은 이야기가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 수없이 많이 설레고 떨리며 셔터를 눌렀던 순간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들을 따로 모아 전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도 좋지만, 사진을 찍을 때 느꼈었던 나의 감정들, 생각들을 정리해서 글과 함께 전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주연들이 수없이 많다. 많은 영화, 많은 드라마, 수없이 많은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 속에 존재하는 중심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삶에 그들처럼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 반대로 나의 사진 속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시간 속에서 빛나는 조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조연들의 이야기, 주연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조연들의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들을 찾아서 헤매었다.
이제 그 이야기들을 한 땀, 한 땀 풀어내보려고 한다. 부디 그 이야기가 끝에서 당신이 마주하는 세상이 빛나는, 세상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당신만의 무대이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2023년 4월 15일
Written By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