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with me, please...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겠습니다. 낮 최고 기온은....'
기상 캐스터들의 반복되는 말 그대로 '건조한' 일기 예보를 들으면 사람은 더 말라가는 것 같다. 봄은 벌써 와서 한 참을 머무르는 것 같더니만, 어찌 된 일인지 다시 겨울이 시샘을 부리는 것도 같기도 하고, 사람은 알듯 말듯한 계절에 무기력하다.
이런 날이 계속될 때면 자동차 창 밖으로 내민 손가락 사이로 시간이 흘러들어왔다가,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가는 것 같다. 흔적이라도 남기면 다행일까. 아니, 다행이 아니다. 그 흔적들은 이제 손에서 내 팔을 지나고 다시 머리 위로 올라갔다가, 가슴에 이를 때쯤이면 미친 듯이 외로워지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더 넓게 벌려도 똑같다. 변하는 것은 없다. 난 미치도록 외로운 것이다.
이 기분을 풀기 위해서 혼자서 나들이를 준비한다. 준비물이라고 해봐야 간단하다. 추우면 입을 외투하나와 카메라 하나, 필름 두어롤 정도다. 차에 시동을 걸고 한 참 동안 멍하니 계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는다. 엔진소리가 귀에서 멀어질 때쯤에는 내 눈의 크기도 줄어들어있다.
'과연 어디로 가지??'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것이 사람일진대, 몇 분 동안 엔진이 한 껏 흥분이 멈추기를 기다려도 갈 곳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간의 주름이 한 참 더 가까워질 무렵, 에전에 어디선가 봤던 장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다. 과정은 오래 걸렸지만, 행동은 재빨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으름이 피어난다.
나도 그들을 따라 저곳에 가면 반갑게 맞아줄까.... 그들은 어디서 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들은 여럿이니까 적어도 초봄 바닷가에 혼자 떨어진 나처럼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매일을 채워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따스한 생각의 끝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미소는 미소일 뿐이다. 이곳은 나 혼자 견디기에는 너무 차가운 곳이다. 준비해 왔던 외투도 소용이 없다. 곳곳으로 바람이 에이고 들어온다. 움츠리고는 있어도 어딘가로 갈 생각은 없다. 만약 여기서 움직인다면 분명 나는 또 한 참인가 차 안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할 것이다.
멀리 그들이 사라진다. 나는 그들이 사라지는 곳을 바라본다. 나와의 반대편이다. 그래도 그들 덕분에 한동안 훈훈했었다. 아지만, 아직도 나는 그들의 어깨에 갑자기 손을 얹고 말하고 싶다.
"나와 조금만 놀아줘."
현실은 이미 그들은 멀어졌다. 누구에게도 놀아달라고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무렵, 한 사람이 저 멀리 보인다.
그 사람은 점점 쇠약해지는 해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그는 그 한가운데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내 인생에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그도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닮아있다.
조금 있으면 해는 더 기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을까?? 아니면 찾았을 있을까??
나는 내가 매일 찾는 것을 찾았나?? 그 어떤 것에도 대답을 할 수 없다.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를 다시 한번 귀를 통해서 듣는다. 멈춰 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꽤 빠르게 움직인다. 이제는 또 대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일상의 엉클어짐 사이로 돌아가야 한다.
차에 시동을 걸고 또다시 한 참을 앉아있는다. 가야 할 곳은 명확한데, 쉬이 또 핸들이 돌아가지 않는다. 일상은 늘 나를 바보로 만든다. 다시금 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차의 엔진 소리는 다시 조용해지고, 나는 한 숨을 내뱉는다. 무엇을 찾던 사람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문득... 생각이 났다. 외로워 보이지 않던 그 사람들, 그들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나랑 좀 놀아줘."
2024-04-26
Written by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