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동물병원, 그 입구
시간이 날 때면, 머릿속에 몇 년 뒤 제가 만들고 싶은 동물 병원의 이미지를 그려봅니다. 이 병원은 그리 크지도 아주 작지도 않아야 될 것 같아요. 아프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온 친구들이 기다리기에도 넉넉하고, 보호자들끼리 서로 대화도 차근차근 나눌 수 있는 대기실이 있으면 딱 좋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호화스럽게 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 병원에는 평상시에도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이 종종 지나다니다가 마음 편히 들어올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면 좋겠습니다.
제 병원에 오는 친구들은 다 저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처럼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보호자가 적어도 자기 가족이 어디가 아픈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부터 동물병원도 사람들 병원처럼 보호자에게 가족이 어디가 아픈지 말해 주지 않거나, 어려운 말로 설명을 해서 보호자들이 애를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수의사들이야 오랜 시간 그 분야를 공부하고 겪어봐서 잘 알겠지만, 보호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테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멋진 의사, 흰 가운을 입고 복도를 가로질러 다음 환자에게 가는 멋진 의사 말이죠. 한 때는 그것이 너무 큰 희망이어서 제가 반려동물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도, 반려 동물을 치료하는 것도 굳이 큰 의미를 두고 나누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반려 동물도 가족이 되었으니까요. 지금, 여러분 곁에서 혹은 저기 멀리 떨어져서 자고 있거나 놀고 있는 녀석들을 한 번 보세요. 가족이 아니라면 여러분이 지금 바라보시는 그런 따스한 눈빛과 감정이 생기시지 않을 거예요.
저는 지금 여기까지 오는데,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고 때로는 가시가 곳곳에 박혀있는 길을 지나서 이 곳까지 왔습니다.
그 길을 걸어오는 동안, 혼자서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아파하기도 많이 아파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 앞에 있는 혹은 제게 오는 그 어떤 존재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늘 다짐을 합니다.
지금부터 이 곳에 쓰일 저의 이야기들은 제가 어릴 적부터 지금 이 곳까지 멀리 돌아온 조금은 지루한 기행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들은 단순히 저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셔서 수의사가 되시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도전을 하셨는데 실패를 하셨나요?? 아마도, 이 곳의 제 이야기들을 읽으면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희망을 드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처럼 다시 일어나셔서 여러분만의 따스한 세상을 다시 꿈꾸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이제 문을 두드리고 여실 준비가 되셨나요??
어서 오세요. 당신을 환영합니다.
여기는 따스한 동물 병원입니다.
2020-05-18
Image :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