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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블루 Mar 06. 2020

"강하게 해서 말 듣게 하는 건 정말 쉽다"

은퇴한 정인환이 바라는 지도방식

인천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 그리고 FC서울에서 활약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뛰었던 정인환을 만났다.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하게 은퇴했기에 선수 생활 이후의 삶이 궁금했었다. 인터뷰 약속이 계속 어긋나다가 2월 초에 만날 수 있었다. 정인환은 위례신도시에 축구교실을 차리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너 겸 감독 겸 직원이었다. 함께 일하는 재미도 있지만 혼자 일하는 것도 나름 즐겁다는 이야기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정인환이 언급한 교육 방식이다. 정인환은 그 당시에 태어난 여느 선수들처럼 강압적인 방식을 쓰는 지도자를 많이 만났다고 했다. 그는 “때리는 게 정말 심했다. 물론 그게 효과는 정말 좋다”라며 “전반에 0-3으로 지고 들어와서 엄청 맞고 나가서 후반에 4-3으로 역전하는 식이다. 더 맞기 싫으니까 후반에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폭력적이더라도 효과가 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프로가 된 이후다. 가끔씩 프로에서도 때리는 지도자가 적발되긴 하지만 폭력이 발 붙일 곳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정인환은 “프로에 가면 안 맞으니까 그런 실력이 나오지 않는 거다. 그러니까 폭력은 유통기한이 그렇게 길지 않다”라며 “(선수를) 강하게 밀어 붙여서 말 듣게 하는 건 정말 쉽다. 그런데 그건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인환이 한 말에 거의 100% 동의한다. 초등학교 때 3년간 테니스부 생활을 했다. 전문 선수와 취미반 사이쯤이었는데 정말 많이 맞았다. 감독(학교 선생님)에게 맞고, 코치에게 맞고, 가끔은 선배에게도 맞았다. 한 번은 코치에게 ‘빠따(라켓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때리는 체벌)’를 너무 맞아서 거의 걷지 못할 정도였다. “어금니 꽉 깨물어봐”라는 말에 어금니를 깨물고 뺨을 맞은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때 워낙 맞아서 고등학교와 군대에서 선배들에게 맞다가 그들의 ‘미숙함’에 웃기도 했다. 


정인환은 선수시절 축구를 잘 했던 이들이 범할 수 있는 오류도 잘 알고 있었다.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후자 중에는 자신이 쉽게 했던 걸 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고 “선수가 이걸 왜 못해?”, “너 선수 맞아?”, “그런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냐. 그냥 하면 되지”와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하는 이들이 있었다. 티에리 앙리도 AS모나코에서 선수들에게 자신의 공을 빼앗아 보라고 했다지 않나…


“못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선수 시절 생각을 못 버리는 거다. 물론 천천히 다시 가르쳐줘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 답답함을 참고 다시 가르쳐줘야 한다.”


물론 아는 것과 행동하는 건 다르다. 정인환도 시간과 행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는 일이 남았다. 지금까지는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힘과 월등한 높이로 공격수를 제압하던 선수가 6살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게 조금 어색해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인환은 “가끔 학부모들이 ‘이렇게 친절한 지 몰랐다’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웃었다. 정인환 아내가 디자인을 해 아기자기한 축구교실에서 친절한 ‘뚜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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