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에 닿아보니 네가 아니라 나였다’
자꾸만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는 기억에
스스로가 부끄럽고 미련했다.
괜스레 마음을 꼬집었던 날들이었다.
홀연히 떠나버린 너를
여전히 밝은 목소리와
어엿한 자태로 기억하고 있는 내가
밉고, 또 허락되지 않아
침묵 속에 ‘그만해’라는 뜻 모를 말만
허공에 울려 퍼지던 날들이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모두 흩어버리고 싶어
애꿎은 방바닥만 문질러 대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본다.
내 마음처럼 빛바랜 수건이 답답해
이리저리 못살게 굴다가
결국,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따라 걸은 마음의 발자국이
이 기억 속 사슬이 어떻게 묶였는지,
그 끝에 달린 닻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네가 아니라 나였다.
뜨거웠던 것이
너의 눈빛과 온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런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것이었다.
내가 잡고 놓지 못하는 것은
네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내 마음이
눈부시게 반짝였기 때문이었다.
복잡했던 눈빛이 눈 녹듯 풀려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가만히 개어
줄을 맞춘 수건에 닿았다.
사뿐히 집어
제 자리에 넣는다.
어느새 뽀얗고 담백한
그 자리 그대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