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피어오른 감정의 이야기’
모두 하얗게 타버려
이제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어줄 수 없다고,
찾아와 손 내미는 이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텅 빈 우물을 보여준다.
찾는 이는 있지만
한참 전부터 주인은 사라진 듯한 그 물가는
늘 조용했고,
잔잔함만 오래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아무도 모르게
돌 하나가 퐁당—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 작은 울림이
생각보다 따뜻해
내 안에서 천천히 번졌다.
맑고, 청아했고,
잊고 지냈던 달콤함이었다.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소리에
놀란 가슴은 잠시 멈추었다가
이것이 내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남기고 간 것인지
분간도 하지 못한 채 빠져들었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간지러움은
음식 맛조차 잊게 만들 만큼 강했고,
내 주변을 천천히,
그러다 어느 순간 온통 채워버렸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불규칙하게 뛰어오르는 가슴이
볼을 가볍게 데우며 말한다.
조금만 더 들어오라고.
그 뜨거움이
오랫동안 식어 있던 하얀 재 틈에서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예전보다 더 깊은,
더 단단한 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