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지나간 자리]

‘어느 날 문장 하나가 마음을 할퀴고, 나는 그 흔들림 아래 서 있었다’

by 사막의 소금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문장이

어느 날 마음을 할퀴고,

흔해 빠진 단어 하나가

느닷없이 가슴에 쿵 내려앉을 때가 있다.


어제만 해도 차창 밖 흔들리는 나무처럼

그저 편안히 바라보던 내가

문득 그 나무 아래 서서

사정없이 흔들리며 부대끼고 있다.


그 바람 아래, 그 흔들림 아래,

스쳐 지나가던 나는

바람이기도, 기만이기도 했다.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 나의 동정은 기만이었고,

안온함 속에서 품었던 나의 이해는

어쩌면, 닿지 않은 손길에 불과했다.


그 아픔의 깊이와

어둠의 바닥을 더듬어 내려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한때의 가벼움이

얼마나 나를 부끄럽게 하는지




화, 목, 토 연재